'MB 키워드' 인수위에서 '보일락 말락~'

도덕적 자질문제 거론되지 못하도록 하는걸까?...시장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거대한 권력이동의 진수 보여줘

2008-12-30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지난 12월 19일 거의 완벽한 승리를 쟁취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요즘 행보가 거침없다.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의 승리를 두고 권력의 시계추가 좌에서 우로, 이념에서 실용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새로운 권력에 대한 일각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빨리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해야 할까? 철저히 시장경제적이며 실용적인 그의 가치관과 이념답게, 거대한 권력이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그 어느 곳에서도 도덕적 자질문제가 또다시 거론되지 못하도록 말이다.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하며 ‘기업투자’를 호소하더니, 곧바로 현직 대통령을 만나 ‘5년 앙금’을 씻는 제스쳐를 취하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총재를 만나 ‘공천 비즈니스’를 나눈 뒤, 곧바로 차기정부 명칭을 이젠 ‘이명박 정부’라고 인수위가 공포하는등  기업 CEO 출신답게 발빠른 비즈니스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건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서민 생활비 30%절감’ 공약을 취임 전에라도 시행하겠다는 방침까지 내세워 국민을 깜짝 놀라게까지 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을 한 듯한 느낌이고, 이 당선자가 마치 대통령에 취임한 듯한 모양새다. 아직은 그는 당선자 신분일 뿐인데. 이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뉴스의 흐름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하며, 거침없는 이 당선자의 행보를 추적해본다. 인수위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당선자의 '속내'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 차기정부 명칭 '이명박 정부'로  = 혹시나 했는데 차기 정부의 명칭은 역시나 이명박 정부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차기정부 명칭을 '이명박 정부'로 명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30일 밝혔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전날 인수위원 워크숍 결과를 설명하며 "대부분 토론자들이 정부 앞에 대통령 이름을 붙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의 명칭과 관련, 실용정부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정부 앞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국제적 스탠더드라는 의견을 밝혔다"면서 "일본도 '고이즈미 정권'. '후쿠다 정권', 이렇게 얘기하지 '문민정부'라는 식으로 이름을 작위적으로 붙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명박 브랜드 자체가 경제 살리기를 통해 국민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돼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파워풀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로 명칭이 확정됐는가'라는 질문에 "추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확정은 아니지만 유력한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인사는 "한 마디로 정부(국가)를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는 허접한 발상"이라면서 "민주화가 과거로 회귀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 李당선자, 새해 사자성어는 '시화연풍' = ‘2007년의 사자성어’가 自欺欺人(자기기인: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로 선정된 적이 엊그제 같은데 이 당선자는 2008년도의 사자성어를 서둘러 선정했다. 민노당 황선 부대변인은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기인’이 선정됐다”며 “이 순간부터 많은 국민들 머리 속엔 공통적으로 떠오른 분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이명박 당선자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08년 새해를 열 사자성어로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뜻의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선정, 발표했다고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이 전했다. 주 대변인은 같은 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당선자는 새해의 사자성어로 '시화연풍'을 선정했다"면서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국민이 화합하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화연풍'을 새해 사자성어로 선정한 배경과 관련, 주 대변인은 "이번 대선을 통해 국민이 화합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시대 정신으로 드러났다"며 "시화(時和)는 국민 화합, 연풍(年豊)은 경제 성장의 뜻을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주 대변인은 이어 "이 당선자가 임기가 시작되는 새해부터 이 두 과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성실히 이행하여 그야말로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드는 국민성공시대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시화연풍'은 조선시대 임금이 등극할 때나 새해 어전회의에서 국정의 이상으로 내거는 문구로, '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뜻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경제분야와 관련해선 내년도 경제성장율이 KDI, 삼성, LG 등에서 예측하는 것이 4~4.5%인데도 불구, 이 당선자 측은 7% 성장을 끝까지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운하 정책에 대해선 냉소적인 시각이 많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에서도 '공약을 폐기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나 당선자측은 임기 내 완료를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규모로는 4~5%도 많을 수 있다"면서 "이 당선자가 너무나 허황된 계산을 하여 현혹하고 있는 것 같아 허망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내실을 다지면서 자생할 수 있게 지원만 해주는 게 낫다. 너무 많이 줘도 자만에 빠지고 너무 적으면 실의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러한 상황의 중간점을 찾지 못하면 5년 내내 경제로 시달릴 것"이라고 조언했다.그는 특히 "기업하기 좋게 해준다고 하면서 시장경제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서민들을 위해 통신비와 유류세를 내려 준다고 한다"면서 "이는 이율배반적인 사항이고, 앞으로 항상 이런것의 반복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경숙 위원장은 31일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년 경제활성화와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묘책이 있냐'는 질문에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아무도 미래에 대한 것은 모르고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내용은 해당 분과에서 논의한 뒤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유류세·휴대폰료 취임전 인하"  =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서민 정책인 '서민 생활비 30%절감' 공약을 취임 전에라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또 유류세 10% 인하, 휴대전화비 인하 공약도 가급적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30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전날 인수위원 워크숍 결과를 설명하는 정례브리핑을 갖고 "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해야 할 당면 과제는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서민생활비 30% 절감, 유류세 10% 인하, 휴대전화비 인하를 당면 추진 과제로 꼽았다.

문제는 유류세와 휴대폰료 인하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유류세의 경우 인하시 엄청난 세수감소를 비롯해, 유류사용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중론.

특히 통신비 인하는 통신사들의 반발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돼 자칫 차기 정부와 충돌마저 예상된다. 기업들은 통신비가 인하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고, 그럴 경우 향후 기술발전을 위한 재투자가 불가능하다면서 차기 정부 조치는 반시장주의적이라고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한 정치전문가는 "이명박 당선자도 이 문제를 실현하기는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 정권을 압박(?)해 총대를 매게 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자기들 공약을 현 정권보고 시행하라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측은 총선을 앞두고 여전히 국민을 고객으로 보고 있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또 다른 전문가는 "유류세10% 통신비20% 인하는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해오던 요구였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이 당선자가 서민들을 위해 준비해 둔 선물보따리처럼 호도하고 있다"면서 "유류세-통신비를 내린 만큼 모자란 세수는 어디서 어떻게 채우려는지 궁금하지만 더욱 웃기는 것은, 이 같은 대책은 취임하고 나서 하는 게 정상"이라면서 "특검을 안 받기 위해 민심을 모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경향신문>은 30일 '인수위의 월권을 경계한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하면 된다"면서 "인수위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자기 임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 휴일 잊은 인수위, '노 할러데이'선언 =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해 첫날인 1월1일에도 쉬지 않고 새 정부의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등 휴일없는 강행군을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점.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아침형 인간에 매우 부지런하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라며 "1월1일도 정초 휴일없는 노 할러데이(No Holiday)를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이 당선자는 내달 1일 오전 8시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과 함께 현충원을 참배한 뒤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시무식을 갖고 구내식당에서 기자들과 함께 떡국을 먹을 예정이다. 오후에는 인수위 분과별 회의를 갖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외견상의 부지런함에도 불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는 5년 전 '노무현 인수위'와 '색깔'은 달라도 '성격'은 비슷하다는 지적 때문에 인터넷 상의 누리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른바 '코드 인사' 때문이다. 국정 설계를 위한 이명박 당선자의 인수위 역시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처럼 대선 캠프나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한 ‘코드’형 인물로 채워졌다. 분과별 간사들은 경선과 대선을 거쳐 이 당선자를 보좌한 측근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인수위원장으로 발탁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의 5공화국 국보위 전력과 이명박 최측근 인사, 소망교회 코드 인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경숙 총장는 소망교회 출신이다. 이 당선자의 핵심 경제 참모인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 차관도 소망교회 멤버다. 대선 막판에 힘을 실어준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도 소망교회 인맥. 이밖에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회장, 이효계 숭실대 총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김신배 SK 텔레콤 사장 등도 이 교회 출신들이다.

이런 까닭에 '소망교회'가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인재풀로 등장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제기되고 있다. MB식 '교회 인사'논란은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소망교회 공화국'이라는 비꼼으로 번지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를 한나님에게 헌납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역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능력을 인정받았던 서울시 고위 간부들마저 인수위원회에 잇따라 발탁돼 '코드 인사' 논란은 끊임없이 이 당선자를 압박할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명박 당선자측이 30일 발표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에서 법무행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에 김병일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이 기용됐고,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과학비즈니스벨트T/F에는 장석명 전 정책기획관(최근 영등포구 발령)이 선임됐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는 이봉화 여성가족정책관이 인수위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인수위와 서울시 측은 "발탁된 간부들은 모두 이 당선자의 시장 시절 큰 성과를 거둬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라며 '코드인사' 논란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 당선자가 벌써부터 자신과 '코드'가 맞는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을 발탁해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권 한 인사는 '이 당선자의 의중을 잘 읽을 수 있는 핵심 측근인사 위주로 인재 풀이 좁혀질 경우 '코드 인사' 논란이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인수위원회는 일종의 '맞춤형 보고' 방식으로 각 부처별 업무보고를 내년 1월2일부터 10일까지 받겠다고 밝혀 또 다른 마찰과 갈등이 예상된다. 인수위에 따르면 '맞춤형 보고'란 일방적으로 보고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은 무엇인지, 예산절감 방안, 슬림화 방안을 포함해 보고하는 것을 말하는 데, 이미 각 부처에서는 '군기잡기식 보고'라며 인수위의 '횡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정부 부처 한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가 경제살리기를 위해 도움이 안되는 장애물을 과감히 해소하려는 의지는 알겠지만 인수위의 요즘 행태를 보면 점령군이자 권력기관 같다"고 질타했다.

◆ 李 당선자, 공직자 '줄대기' "위험한 생각" =  이런 부정적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에 참여하길 원하는 일부 공직자들이 인수위원들에게 전방위 청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인수위에) 참여해서 도움을 주겠다'는 애국적 발상이라면 모르지만 행여 공직자들이 (인수위 참여가) '앞으로 부처에서의 처신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이 당선자는 지난 29일 인수위 사무실이 입주한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인수위 워크숍에 참석해 "내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각 부서에서 인수위에 오는 것에 대해 경쟁적으로 얘기한다고 하던데 인수위원 되서 도움 되는 게 있느냐. 한 두어달 고생만 하다가 가는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에 참여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지위를) 보장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일부 공직자들에게) 그런 점을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이 당선자의 이 같은 '청탁 경고' 발언은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 청탁을 하는 공무원은 '패가망신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데, 물론 일부 공무원들의 얘기지만 '5년 마다 반복되는' 이런 행태를 이 당선자도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해 '쐐기'를 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수위 내 소식통들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인수위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대려는 인사들의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 인사들은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들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년 전이나 현재나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때문에 국민 상당수는 이 당선자가 과연 측근들의 '청탁'을 거절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다. 이번 대선을 뒤흔들었던 것은 BBK 주가조작과 로비과정을 비롯해 이후보 부인 한인옥씨의 금품면제 청탁의혹 등이었다. 이 당선자는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여전히 'BBK특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당선자를 '도덕적으로는'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국민도 절반 이상이라는 여론조사도 있다. 'BBK 특검법'은 공포된 상태다.

◆ 李 당선자-朴 회동, 화두는 '공천' =  한편 이명박 당선자는 앞서 지난 29일 오후 당선자 집무실이 입주한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선 이후 처음으로 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오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도록 협력하자는데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최근 당내 갈등 요소로 표면화된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40여분 간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는 적어도 공천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이 당선자는 하루 전인 28일 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대통령 퇴임 이후 귀향, 청와대에서의 생활, 업무 인수인계, 부동산·교육 정책 등에 대해 2시간 1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인수인계와 관련, "정부가 주관하는 국정은 사람도 정책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인계할 게 별로 없다"면서 "지난 2005년 말부터 인수인계를 대비해 왔다"고 설명했고, 이 당선자는 이에 대해 "그런 제도를 청와대가 앞장 서서 이끌어 놓은 것은 정말 잘 된 것 같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챙기시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법도 시스템도 돼 있으니 역대 어느 때보다 인수인계가 잘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는 이날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이 당선자가 "FTA 체결은 정말 잘 한 일 같다. 대통령께서 정말 할 줄은 몰랐다. 임기 중에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 나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운을 떼자 노 대통령은 "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FTA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