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키워드' 인수위에서 '보일락 말락~'
도덕적 자질문제 거론되지 못하도록 하는걸까?...시장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거대한 권력이동의 진수 보여줘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하며 ‘기업투자’를 호소하더니, 곧바로 현직 대통령을 만나 ‘5년 앙금’을 씻는 제스쳐를 취하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총재를 만나 ‘공천 비즈니스’를 나눈 뒤, 곧바로 차기정부 명칭을 이젠 ‘이명박 정부’라고 인수위가 공포하는등 기업 CEO 출신답게 발빠른 비즈니스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건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서민 생활비 30%절감’ 공약을 취임 전에라도 시행하겠다는 방침까지 내세워 국민을 깜짝 놀라게까지 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을 한 듯한 느낌이고, 이 당선자가 마치 대통령에 취임한 듯한 모양새다. 아직은 그는 당선자 신분일 뿐인데. 이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뉴스의 흐름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하며, 거침없는 이 당선자의 행보를 추적해본다. 인수위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당선자의 '속내'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 차기정부 명칭 '이명박 정부'로 = 혹시나 했는데 차기 정부의 명칭은 역시나 이명박 정부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차기정부 명칭을 '이명박 정부'로 명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30일 밝혔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전날 인수위원 워크숍 결과를 설명하며 "대부분 토론자들이 정부 앞에 대통령 이름을 붙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의 명칭과 관련, 실용정부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정부 앞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국제적 스탠더드라는 의견을 밝혔다"면서 "일본도 '고이즈미 정권'. '후쿠다 정권', 이렇게 얘기하지 '문민정부'라는 식으로 이름을 작위적으로 붙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명박 브랜드 자체가 경제 살리기를 통해 국민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돼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파워풀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로 명칭이 확정됐는가'라는 질문에 "추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확정은 아니지만 유력한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인사는 "한 마디로 정부(국가)를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는 허접한 발상"이라면서 "민주화가 과거로 회귀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李당선자, 새해 사자성어는 '시화연풍' = ‘2007년의 사자성어’가 自欺欺人(자기기인: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로 선정된 적이 엊그제 같은데 이 당선자는 2008년도의 사자성어를 서둘러 선정했다. 민노당 황선 부대변인은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기인’이 선정됐다”며 “이 순간부터 많은 국민들 머리 속엔 공통적으로 떠오른 분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이명박 당선자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08년 새해를 열 사자성어로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뜻의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선정, 발표했다고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이 전했다. 주 대변인은 같은 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당선자는 새해의 사자성어로 '시화연풍'을 선정했다"면서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국민이 화합하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화연풍'을 새해 사자성어로 선정한 배경과 관련, 주 대변인은 "이번 대선을 통해 국민이 화합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시대 정신으로 드러났다"며 "시화(時和)는 국민 화합, 연풍(年豊)은 경제 성장의 뜻을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주 대변인은 이어 "이 당선자가 임기가 시작되는 새해부터 이 두 과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성실히 이행하여 그야말로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드는 국민성공시대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시화연풍'은 조선시대 임금이 등극할 때나 새해 어전회의에서 국정의 이상으로 내거는 문구로, '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뜻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경제분야와 관련해선 내년도 경제성장율이 KDI, 삼성, LG 등에서 예측하는 것이 4~4.5%인데도 불구, 이 당선자 측은 7% 성장을 끝까지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운하 정책에 대해선 냉소적인 시각이 많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에서도 '공약을 폐기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나 당선자측은 임기 내 완료를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규모로는 4~5%도 많을 수 있다"면서 "이 당선자가 너무나 허황된 계산을 하여 현혹하고 있는 것 같아 허망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내실을 다지면서 자생할 수 있게 지원만 해주는 게 낫다. 너무 많이 줘도 자만에 빠지고 너무 적으면 실의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러한 상황의 중간점을 찾지 못하면 5년 내내 경제로 시달릴 것"이라고 조언했다.그는 특히 "기업하기 좋게 해준다고 하면서 시장경제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서민들을 위해 통신비와 유류세를 내려 준다고 한다"면서 "이는 이율배반적인 사항이고, 앞으로 항상 이런것의 반복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류세·휴대폰료 취임전 인하" =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서민 정책인 '서민 생활비 30%절감' 공약을 취임 전에라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또 유류세 10% 인하, 휴대전화비 인하 공약도 가급적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30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전날 인수위원 워크숍 결과를 설명하는 정례브리핑을 갖고 "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해야 할 당면 과제는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서민생활비 30% 절감, 유류세 10% 인하, 휴대전화비 인하를 당면 추진 과제로 꼽았다.◆ 휴일 잊은 인수위, '노 할러데이'선언 =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해 첫날인 1월1일에도 쉬지 않고 새 정부의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등 휴일없는 강행군을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점.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아침형 인간에 매우 부지런하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라며 "1월1일도 정초 휴일없는 노 할러데이(No Holiday)를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이 당선자는 내달 1일 오전 8시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과 함께 현충원을 참배한 뒤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시무식을 갖고 구내식당에서 기자들과 함께 떡국을 먹을 예정이다. 오후에는 인수위 분과별 회의를 갖기로 했다.◆ 李 당선자, 공직자 '줄대기' "위험한 생각" = 이런 부정적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에 참여하길 원하는 일부 공직자들이 인수위원들에게 전방위 청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인수위에) 참여해서 도움을 주겠다'는 애국적 발상이라면 모르지만 행여 공직자들이 (인수위 참여가) '앞으로 부처에서의 처신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이 당선자는 지난 29일 인수위 사무실이 입주한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인수위 워크숍에 참석해 "내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각 부서에서 인수위에 오는 것에 대해 경쟁적으로 얘기한다고 하던데 인수위원 되서 도움 되는 게 있느냐. 한 두어달 고생만 하다가 가는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에 참여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지위를) 보장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일부 공직자들에게) 그런 점을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이 당선자의 이 같은 '청탁 경고' 발언은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 청탁을 하는 공무원은 '패가망신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데, 물론 일부 공무원들의 얘기지만 '5년 마다 반복되는' 이런 행태를 이 당선자도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해 '쐐기'를 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수위 내 소식통들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인수위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대려는 인사들의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 인사들은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들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년 전이나 현재나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때문에 국민 상당수는 이 당선자가 과연 측근들의 '청탁'을 거절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다. 이번 대선을 뒤흔들었던 것은 BBK 주가조작과 로비과정을 비롯해 이후보 부인 한인옥씨의 금품면제 청탁의혹 등이었다. 이 당선자는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여전히 'BBK특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당선자를 '도덕적으로는'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국민도 절반 이상이라는 여론조사도 있다. 'BBK 특검법'은 공포된 상태다.◆ 李 당선자-朴 회동, 화두는 '공천' = 한편 이명박 당선자는 앞서 지난 29일 오후 당선자 집무실이 입주한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선 이후 처음으로 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오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도록 협력하자는데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최근 당내 갈등 요소로 표면화된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40여분 간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는 적어도 공천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이 당선자는 하루 전인 28일 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대통령 퇴임 이후 귀향, 청와대에서의 생활, 업무 인수인계, 부동산·교육 정책 등에 대해 2시간 1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인수인계와 관련, "정부가 주관하는 국정은 사람도 정책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인계할 게 별로 없다"면서 "지난 2005년 말부터 인수인계를 대비해 왔다"고 설명했고, 이 당선자는 이에 대해 "그런 제도를 청와대가 앞장 서서 이끌어 놓은 것은 정말 잘 된 것 같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챙기시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법도 시스템도 돼 있으니 역대 어느 때보다 인수인계가 잘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는 이날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이 당선자가 "FTA 체결은 정말 잘 한 일 같다. 대통령께서 정말 할 줄은 몰랐다. 임기 중에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 나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운을 떼자 노 대통령은 "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FTA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