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ELW 사태로 경영승계 빨라지나?
2012-11-18 박동준 기자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주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형두)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된서리 내린 ELW 사태
올해 초 스캘퍼(초단타매매자)와 증권사간 유착으로 현직 증권사 직원이 검찰에 체포되면서 불거진 ELW 불공정거래 사건은 검찰이 현직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로 수사범위를 확대시켰다.
검찰은 대신증권을 포함해 총 12개의 증권사 현직 CEO들을 지난 6월 기소했다. 이 중 대신증권이 기소된 증권사 중 가장 먼저 검찰 구형을 받게 됐다. 당초 대신증권을 포함한 기소된 증권사들은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는데 힘들것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대신증권 노 사장에게 “스캘퍼에게 전용선을 제공하는 등의 특혜를 제공한 것은 일반투자자의 피해로 직결된다”며 실형을 구형했다.
만약 실형이 확정된다면 노 사장은 증권사 임원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현행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4조3항에 의거, 금융회사 임원의 경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며, 향후 5년동안 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갑작스레 찾아온 세대교체 시기
노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대신증권을 이끌어 나가야 할 사람은 이어룡 회장과 그의 아들 양홍석 부사장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경우 대외활동을 했을 뿐 내부의 실질적인 살림은 노 사장이 도맡았기 때문에 바로 현직에 투입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난 2004년 故 양회문 회장의 작고 당시 전업주부였던 이 회장은 남편인 양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에 선임됐다. 이후 이 회장은 양 회장의 매제였던 대신투자신탁운용 노 사장을 대신증권 사장으로 영입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노 사장은 금융권 출신답게 양 회장의 사후공백을 잘 수습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타 증권사보다 타격을 덜 입는 등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이런 노 사장 밑에 자신의 큰 아들을 맡겨 경영수업을 쌓게 했다.
양 부사장이 대신증권 경영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비친 것은 지난 2006년 공채로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2006년 대신증권 사원으로 입사한 뒤 1년만에 임원으로 진급하는 등의 초고속 승진을 했다.
양 부사장은 2007년 대신투자신탁운용 상무, 그해 10월 대신증권 전무를 거쳐 2008년 2월 대신증권 부사장이 됐으며 곧이어 5월에는 노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양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대신증권이 3세 경영에 돌입했다고 해석했다. 양 부사장이 노 사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뒤 전면에 나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노 사장이 ELW 사태에 연루되면서 불명예 퇴진할 경우 아직 준비되지 않은 양 부사장이 혼자서 대신을 이끌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아직 30살의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으로 현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경영능력이 미검증됐다는 것이다.
아직 1심 선고조차 안 내려진 상태라 대법원 판결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대신'이란 사명에서 알 수 있듯 유죄판결이 난다면 '대신'이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 같은 일각의 견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ELW 재판 관련해서는 성실하게 준비할 뿐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며 후계구도 관련해서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