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취임 직후 통신비 인하"...업계 "시장 자율 맡기겠다더니~"
2008-12-31 매일일보
【매일일보닷컴】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취임 전에 휴대폰 요금을 20% 인하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동통신업체들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인하 계획만 나왔을 뿐 인하 방침에 대한 각론을 밝히지 않아 이동통신사들은 인수위의 진위파악에 나섰다. 공식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은 아직 세부적인 사항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인수위의 세부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일단은 대응을 자제하고 향후 진행관계를 지켜보겠다는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수위의 이번 인하 발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장의 자율에 맡기겠다"던 이명박 당선자의 첫 행보가 기업의 요금 규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에 대한 불만 역시 불거지고 있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무턱대고 휴대폰 요금 인하를 발표한 인수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후발사업자들을 고사시킬 우려가 있어 오히려 경쟁을 통한 서비스 및 요금 개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미 사실상 정부 주도하에 '망내할인'과 '문자메세지 요금 인하'가 이미 시행됐거나 새해부터 시행되는 만큼 여기에 더해 요금 인하를 시행할 경우 투자를 할 수 있는 요건 조차 갖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최근은 요금정책으로 내년 한해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투자의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도 이동통신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올 한해 이동통신업체들은 3G 서비스 상용화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다. SK텔레콤과 KTF는 WCDMA 망을 세웠으며 LG텔레콤은 기존의 동기식 망을 리비전A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외의 경우 아직 망 설비가 미비해 이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SK텔레콤은 해외 시장 개척에 더욱 중심을 두면서 이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요금인하에 개입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자율을 주창했던 정부가 오히려 포퓰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며 "우선 정권 출범 후 이동통신 시장을 차분히 검토하고, 최근 이동통신사의 요금정책이 정착된 뒤에 요금경쟁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인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동통신비 인하 문제와 관련, "2월25일 (대통령) 취임 이전에 바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했지만 준비를 많이 해서 늦어도 취임 직후에는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31일 오전 SBS 라디오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이 당선자는 경선 기간 중에도 꾸준히 '집권하게 되면 이 문제(통신비)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고, 인수위에서 전문가들이 검토해 본 결과 시행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제로 통신업체의 영업방침에 조금 독과점적인 면이 없지 않고, 소비자 중심이라기보다 통신회사들 중심이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용자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며 "공정거래법 등 통신회사들을 규율하는 여러가지 정책수단을 통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도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소비자나 국민 없는 통신회사는 있을 수 없다"며 "이익을 창출하는 통신회사의 욕구를 무작정 그대로 두고 우리가 따라갈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나 "정책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 여당의 협조가 없이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고, 또 통신비의 경우는 통신회사들의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다"며 "엄연히 정부라는 공권력과 통신회사라는 사권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책수단을 통해 간섭하는 데도 한계가 있지 않느냐. 두 가지 모순되는 듯한 정책을 어떻게 절묘하게 잘 운영해 나가느냐가 실패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최경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는 31일 "인수위는 통신요금 인하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휴대폰 요금 인하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최 간사는 이날 오후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최 간사는 "현재 요금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거나, 회사의 경영상태와 수요 정도를 감안했을 때 충분한 인하 여력이 있다"며 "다만 경쟁촉진과 규제완화를 통해 통신요금 인하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후발 사업자 보호를 위해 선사업자의 요금을 못 내리도록 했었다"면서 "그러나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줄여 어려운 민생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 간사는 "이명박 당선자 취임전 요금인하는 인수위에서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확답을 피했다. 업계는 인수위가 '규제완화'와 '시장자율'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편, 이번 인수위의 발표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겨냥한 요금인하 압박이라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