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베 총리, 한일 갈등 정치도구화 말라
2019-01-07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식민의 역사 이후 한일 관계가 좋았던 적이 없지만 지금은 더욱 심상치 않다. 한일 관계가 국내 정치화된 결과다.한일 간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제주 해군 기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욱일기 게양문제로 일본이 불참한 바 있고, 또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도 있었다. 최근에는 레이더 사건까지 더해졌다.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쐈다는 일본 측에 우리 정부가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양국 갈등은 군사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군사협력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군은 외교적 마찰의 부담을 안고 있지만 일본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일 한글과 영어 자막을 단 반박 동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6개 국어 자막을 추가로 해 유튜브에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설상가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압류를 신청한 것과 관련, “매우 유감”이라며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계부처에 대응 조치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아베 총리가 말하는 대응 조치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는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며 기회만 있으면 국제사법재판소로 해결하겠다고 협박해왔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우리 정부를 압박함과 동시에 일본 내 반한 여론을 부추기려는 의도다. 지난 달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손해 배상 판결에 강경한 반응을 보여 지지율 상승을 이룬 경험이 있다.한일 갈등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아베 총리이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양국간 갈등의 골이 이처럼 깊은 것은 손뼉이 마주치지 않아서다. 일본이 자꾸 손뼉을 엇나가게 치려 한다. 우리 정부가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양국간 공생을 도모하려고 해도 아베 총리는 반한 감정을 통해 지지율을 올리려 한다. 누군가는 정치인 아베 총리의 정치적 사고를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진실규명이나 불운한 역사의 희생자들까지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 하는 것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다. 아베 총리는 왜곡된 방법으로 지지율 상승을 또다시 경험하려는 것보다 정당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한일 갈등의 출구는 결국 아베 총리가 정치적 도구화를 포기하는 길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