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에 대수술 나섰지만...모두가 불만인 최저임금위 개편안

2020-01-07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정부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위원회를 개편해 전문가들이 고용 수준을 비롯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한 뒤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이 그 안에서 인상 수준을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독점해 온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나 노사 양측이 나눠 갖기로 했다.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포함된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전문가들에 의해 설정된 구간 범위 내에서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동안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줄다리기하듯 진행돼온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부의 최저임금위 개편안은 경제 주체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사용자 단체들과 소상공인들은 올해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조정을 원하고 있고,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자 단체들은 정부 정책의 후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이날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과 만난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 2차 인상 결과가 반영되는 1월 급여 지급 시점부터 민생 현장의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향후 입법 등을 통해 정부 정책 수정을 압박하기로 했다. 또 바른미래당은 “소를 잃어서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나섰는데, 정작 소 키울 사람은 죄다 쫓겨난 상황을 청와대와 정부여당만 모른다”며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만이 아니라 금년도 최저임금 하반기 적용과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 요구 또한 수용해야 했다”고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를 대변해온 정의당은 “정부의 개편안은 20년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임금 결정의 당사자인 노사를 거수기로만 동원하겠다는 불합리한 발상”이라고 공격했다. 또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은 이미 후퇴했는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당장의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는 이유로 미래의 최저임금까지 볼모로 잡으려는 행태”라며 “정부의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위한 양두구육일 뿐”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