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정권잃어 억울하지만 이러면 곤란하다"

2008-01-03     권대경 기자
【서울=뉴시스】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부운하'공약과 관련해 "토목공사만 큰 것 한 건 하면 우리 경제가 사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경제 성장률만 올라가면 수출만 많이 되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는 것인지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08년 신년 인사회'를 갖고 "검증하는 동안에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죽지 않는다 생각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든 경제든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정책을 세우고 평가하고 비판하고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승복할 것은 승복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가는 토대 위에서 우리의 정책이 밀리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면서도 "균형발전 정책 걱정이 태산 같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중등교육 평준화가 풍전등화의 신세가 돼 있는데 어쩌겠나"라며 "그것은 우리가 신임한 정부가 하겠다 하니까 국회가 다음 선거에서 막을 수 있으면 좋고 막지 못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지역정책''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털어놓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교육정책의 경우 "초등학생때부터 입시 경쟁을 하더라도 그것 역시 우리의 선택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점진적 입시 자율화 정책 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인내심을 가지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며 "우리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 나가야 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다시 "민주주의 시민의 비판 정신은 지성사회의 생명과 같은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비판은 기준이 있어야 하고 객관성.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94년.95년.96년 본고사가 부활됐을 때 본고사를 치른 학교는 10개 학교가 안된다"고 설명한 뒤 "우리나라의 전 언론이 대학 본고사가 아이들 다 죽인다고 본고사 때문에 우리 교육 다 망친다고 난리를 쳐 놓고 지금은 본고사 내놓으라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보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가면 곤란하다. 비록 정권을 잃어서 억울하지만, 앞뒤를 달리해서 무조건 공격하는 그와 같은 정치적 공세는 하지 말자 이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의 공약을 때로는 우회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 "멀쩡한 경제 왜 살린다 하나, 납득 안돼"  
 
노무현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의 '경제 살리기'외침에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멀쩡한 경제인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하나. 감히 단언하건데 납득을 못하겠다"면서 "죽은 놈이라야 살리는 것이지 살아 있는 놈을 왜 살린다고 하는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주가가 세배나 올랐고 국민소득이 1만2000불에서 2만불로 올랐다"며 "처음에 제가 2만불 하니 똑똑한 언론들이 웃길래 '혹시 2010년까지는 안가겠나'라고 했는데 간 건 간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사회 양극화 심화'주장도 언급하고 "전 국민 지니계수는 2003년부터 통계가 시작됐다. 어느 쪽이든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지니계수는 2004년 이래로 더 올라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아무도 이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신문은 깔아뭉개버린다"며 "그것을 말해 주면 노무현 편드는 것이니까 그런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비정규직 문제 역시 "비정규직이 540만명인데 49%가 자발적 비정규직이고 대개 정규직의 80% 이상으로 가 있다"면서 "왜 자꾸 540만명 830만명 그렇게 무더기로 갖다 밀어붙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비정규직 계산도 앞으로는 자발적 비정규직과 비자발적 비정규직 통계를 따로 내서 사용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미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데 언론들은 아직 안쓴다. 언론과 정부의 사이가 좋아지면 그렇게 써 줄지도 모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권대경기자 kwond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