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연극을 말한다’ 삼일로창고극장 ‘익명비평’ 기획 전시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운동 거치며 획일화된 의제에 대한 다양하고 성찰적인 시선 담겨
2020-01-08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서울문화재단 삼일로창고극장은 익명으로 참여한 비평가 7인의 비평문을 전시하는 ‘익명비평’을 1월 24일까지 삼일로창고극장 갤러리에서 전시한다.‘익명비평’은 기존의 연극 비평에 대한 관심 부족과 기명(記名) 담론이 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기획됐다. 특정 연극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거나 젊은 비평집단 팀이 책을 발간하는 등 최근 연극분야에서 생겨나고 있는, 비평에 대한 젊고 다양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전시 ‘익명비평’을 이해할 수 있다. 일곱 명의 익명 비평가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기존 연극계를 바라본다.각각의 비평 내용은 △‘서울 및 경기지역 17개 공공 문화예술기관 관리직 인사 성비 및 임명 횟수’를 통해 보여주는 공연예술계에서 소수인 여성 리더 현황 △특정 매체를 분석해 시각적으로 동시대 연극비평을 되비추는 관성적 비평 언어 수집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가장 보통의 문제를 담은 편지 △온라인 매체에 실린 글을 인용해 코멘트를 달아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글 △동시대 연극계로부터 거리를 두고 실제 무대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논하는 글 △관행, 기금, 선한 동료의 악함 등 연극계 여러 현상을 마피아 게임에 빗대 지적하는 글 △포스트드라마 연극에 대한 심도 있는 비판과 분석을 담은 주제비평 등으로 다양하다.관람객은 1층에서 위로 이어지는 동선에 따라서 특색 있게 시각적으로 재해석된 비평문들을 만나게 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조명에 둘러싸여 바닥에 빼곡히 들어찬 글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투명한 판에 인쇄되어 겹쳐보아야 완성되는 글,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려 듣는 편지, 5미터의 투명한 필름을 종이로 삼아 인쇄된 글, 오래된 벽보처럼 붙은 비평 등이 이어진다.관람객은 전시 공간에서 문서의 형식이 아닌 시각적 또는 청각적으로 구현된 텍스트를 접하게 된다. 전시장 출구에서는 인쇄된 일곱 개의 비평문 전문을 원하는 대로 모아서 가져갈 수 있으며, 전시를 관람하고 떠오른 생각을 작성할 수도 있다. 연극인이 참여해 전시된 비평문을 메타비평하는 부대 프로그램도 개최될 예정이다.연말연시를 맞아 침체된 연극계의 담론을 활성화하고자 기획된 전시 ‘익명비평’은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회에서 주최/주관하고, 정진세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과 더블데크웍스의 김솔지, 정채현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아트 디렉션과 디자인에는 스튜디오 도시(studio dosi)가 협력해 시각적인 완성도와 신선함을 더했다.삼일로창고극장 기획전시 ‘익명비평’의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월요일 휴무)이며, 부대프로그램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남산예술센터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