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BBK 특검법의 운명
2009-01-04 이현준 기자
【제휴사=뉴시스】헌법재판소가 3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한 BBK특검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이날 BBK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일고 있는 특검법의 위헌 소지에 대해 '주목할 만한 언급'을 해 특검법의 운명이 주목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3일 BBK 특검법 헌법소원에 대해 신속처리 방침을 결정한데 이어 함께 접수된 특검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본안보다 먼저 결정할 계획이어서 이달중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정이 빠르면 2주안에도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아 만약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특검법은 사실상 무산될 수도 있다. 헌재는 2000년 11월 21일 '사법시험 횟수 제한'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불과 2주 뒤인 12월 8일 처리한적도 있다. 헌재 관계자는 "특검법 가처분 신청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며 "이달 안에 효력정지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진다면 특검의 활동과 정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는 '헌재가 특검법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것 자체'로 BBK 특검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을 헌재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이용훈 대법원장은 3일 BBK 특검법을 수사할 특검 후보로 전 대전고등법원장 이흥복(사시 13회), 전 서울고등법원장 정호영(12회) 등 판사 출신 변호사 2명을 청와대에 추천했다. 당초 대법원은 판사 출신 1명과 검사 출신 1명 등을 추천하려고 했으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결국 판사 출신 변호사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추천 직후 대법원은 "국회의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후보자를 추천했으나 대법원장으로 하여금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음에 유념하고 있으며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또 다시 이런 일이 선례로 작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 표명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번 특검법에 대한 위헌 논란과 관련, 헌재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우려를 표명한 것은 지난번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 이외 별다른 뜻은 없다"며 "위헌 소지와 연계하는 등 확대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변호사등 재야 법조인들 상당수가 이 대법원장에게 특검법의 문제성을 지적했고,실제로 검찰 출신 주요 변호사들은 거의 모두가 후보 추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법원이 이날 별도의 입장을 발표한 것은 논란에 대한 입장표명인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대법원 또한 특검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시인하는 모양이 됐다. 이번 특검의 조사기간은 수사기간 40일을 포함, 최장 75일이며 조사대상은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의혹 ▲다스 및 도곡동 차명소유 의혹 등 이 당선자가 직접 조사대상이 되는 핵심 의혹들이다. 위헌 논란의 핵심은 ▲법의 이름에 특정인을 적시함으로 써 무죄추정의 법리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 점 ▲특검의 예외성·보충성 법리를 정면으로 부인한 점 ▲참고인 동행명령제는 강제처분 영장주의를 위배하고 있다는 점 ▲재판의 주체인 사법부의 수장을 특검 추천주체로 삼아 권력분립에 어긋난 점 등이다. 또 최장 40일 내에 결론을 내고 취임 전 기소한다 해도 1심 재판은 3개월, 2심과 3심 재판은 각각 2개월씩으로 정한 점은 촉박한 시간에 '몰아가기식'의 결론을 내야 하는 큰 결함을 이날 대법원장의 추천에 따라 청와대는 7일까지 2명 중 1명을 특검을 결정하게 된다. 특검의 활동에 따라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이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결국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에 따라 특검법의 존폐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BBK특검법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표명까지 나온 마당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어떻게 결정될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준기자 songh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