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좋아진다”고 하더니...최악 고용 성적표 낸 일자리 정부
제조업 구조조정·최저임금발 자영업 일자리 감소 지속 예상
2020-01-09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연말이면 고용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지난해 고용지표 악화가 한창 논란이 되기 시작했을 때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9일 발표된 지난해 고용 성적표는 장 전 실장의 말과는 달리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나 정부는 명확한 사과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을 고용악화 이유로 제시하며 '올해 취업자 수를 15만명 이상 늘리겠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고 약속했다.통계청은 이날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정책 시행 원년이었던 지난해 연간 일자리가 1년 전에 비해 9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3만4000명으로 4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장 전 실장이 그동안 언급해왔던 하반기 고용지표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는 거리가 멀다. 장 전 실장은 지난해 5월 15일 고위 당정청협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부 음식·숙박업을 제외하곤 고용 감소 효과가 없다며 "(일자리 안정자금) 심사가 가속적으로 끝나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시 통계청은 이미 2~3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 수준에 머물고 지난 3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인 4.5%에 이르렀다고 발표한 뒤였다.장 전 실장의 안일한 고용 전망은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통계청이 '7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며 7월 고용이 1년 전보다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힌 이후 8월 19일 일요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청회의에서 그는 "송구스러운 맘으로 감히 말씀 드린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바란다"며 "연말에는 다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과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자동차·조선업의 구조조정 안정화를 전제한 발언이었다. 장 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났지만, 통계청 발표마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연말까지 고용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차 고용 성적표는 낙제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장 전 실장의 '허언'에 대한 뚜렷한 사과 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고용 전망만이 좀 더 현실적으로 변했을 뿐이다.홍 부총리는 이날 지난해 고용악화 원인에 대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자영업 업황 부진, 일부 정책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은 취업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고도 했다.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를 15만명 더 늘리겠다고 목표를 제시했지만 올해 고용상황 역시 낙관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고용지표만 살펴보더라도 제조업 취업자수 7만2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 4만4000명, 경비원 등 사업시설 관리 사업지원서비스업 취업자 1만5000명, 부동산 및 임대업 취업자 7만300명 등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홍 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문 정부 2기 경제팀은 위축된 기업 심리를 완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 대해 노동계 반발 등 넘어야 할 장애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