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마트, 공덕시장 코앞에 점포 개설…SSM법 있으나 마나

박원순 서울 시장 “이마트 입점 철회에 힘 보태겠다”

2012-11-23     변주리 기자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커피, 피자, TV 등 서민 소비재 상품의 공격적인 매장 직영으로 중소상인들을 울리고 있는 이마트가 법망을 교묘히 피해 전통재래시장의 상권까지 침범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된 SSM 규제법이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마트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관할 지자체로부터 신규 점포의 허가를 받아낸 사실이 <매일일보> 취재 결과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점포가 전통시장인 공덕시장에서 200m도 채 떨어지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도 불구, 해당 지자체가 이를 시장 상인들에게 알리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마트와 해당 지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해 시장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포구, SSM 조례 제정 직전에 이마트 개설 허가 ‘논란’
비밀리에 허가 내줘…구의원 “시장상인 아무도 몰랐다”


상인대책위 “이마트, 교묘히 법망 피해 간 꼼수”
박원순 시장 “이마트 입점 철회에 힘 보태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3월18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최고의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 분할을 승인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백화점과 이마트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신세계는 이날 이마트의 매장수와 입지, 구매력에서 2~3위 업체들을 저만치 따돌리겠다며 올해 주요 핵심 상권에 10개의 신규 점포를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신규 점포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마트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전통시장 상권까지 침범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매일일보>이 관할 지자체인 마포구청에 확인한 결과, 문제의 이마트 점포는 지난해 11월26일 서울시 마포구 신공덕동 일대에 지하2층, 지상2층, 영업장 면적 1만925㎡ 규모로 개설 허가 신청을 냈으며, 마포구청은 그해 12월17일 허가를 내줬다.

해당 부지는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에서 불과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유통법(10일)과 상생법(25일)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직후 개설 등록을 신청한 것이다.

유통법과 상생법은 전통시장 주변 500m(최근 1㎞로 재개정) 이내에 대형마트 및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신규 개설을 제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공덕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근처에 있는 용문시장도 이마트가 입점한 이후 초토화 됐는데, 여기도 꼼짝없이 그렇게 되게 생겼다”며 “죽을 맛이지만 영세 상인이라 힘이 없어 냉가슴만 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렇듯 이마트와 마포구청이 중소·영세상인들을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마포구청측과 이마트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정·시행된 유통법은 전통상업 보존구역 내 대기업의 대규모 점포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해당 지자체의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마트가 개설 허가 신청을 낸 지난해 11월 당시에는 마포구가 이와 관련한 조례를 아직 제정하지 않아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마포구는 올해 4월21일 해당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이와 관련 오진아 마포구의원은 “국회에 로비를 해서 유통법이 통과될 시기를 알고 미리 허가 등록 준비를 마치지 않았나 싶다”며 “보통 조례가 제정되기까지 2,3개월이 걸리는데 유통법이 개정되고 나서 바로 조례가 만들어지기 어려우니 그 틈을 노리고 아마 신청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정부역사점은 지자체 등 반발로 포기 

마포구청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허가 신청이 접수 된 후 20일 이내에 처리를 해줘야 한다”며 “우리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보통 2,3개월이 걸리는 조례 제정을 막연히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마포구청측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마포구청과는 달리, 지자체가 중소상인들의 반대 여론을 받아들여 스스로 개설 허가를 반대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의정부역 인근 제일시장 상인들의 강한 반발로 의정부시가 점포 개설 신청을 반려, 결국 이마트측이 지난 9월 “전통시장과 상생하겠다”며 계획을 포기한 ‘경기도 의정부역사 이마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의정부시는 지난 2006년 의정부 민자역사 건축허가 당시 대형할인점 허가를 내주었으나, SSM 규제법이 의결된 이후 이마트 점포 개설 신청을 반려해 왔다. 이후 이마트측은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의정부시와 시장 상인들의 완강한 태도가 결국 이마트의 손을 들게 만들었다.

마포구청의 ‘소통 부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구청측이 이마트 입점 사실을 상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비밀리에(?) 허가를 내줘, 상인들이 대응할 시기를 놓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마포·공덕시장 상인회 김도연 사무국장은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가는 최근에서야 이마트가 입점한다는 사실을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됐다”며 “이마트와 마포구청이 시장상인들에게 ‘쉬쉬’하는 사이 점포 개설 절차가 완료돼 무방비 상태로 당하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마트가 개점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마포구의 ‘유통기업 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하기 위해 열린 지난 4월 초 열린 마포구 임시회에서 조영덕 구의원은 구청이 개설 허가를 내주기 전에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과 관련, 책임자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문제의 이마트 매장은 내년 2월 오픈될 예정이다. <매일일보>은 이번 논란과 관련, 이마트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발송하는 등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이마트측은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10·26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달 19일 후보 자격으로 공덕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장 상인들에게 이마트 입점을 철회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서울시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오진아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후보시절 공덕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광역단체장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으니 서울시장이 되면 도움을 주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곧 시장 상인들과 함께 서울 시장 면담을 신청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