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교수들, 사기꾼 아냐?

연구비 횡령도 모자라 학생들 실적까지 탐내

2011-11-24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권희진 기자] 광주와 전남지역 일부 대학교수들이 연구비 횡령도 모자라 학생들의 실적까지 탐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은 A 교수가 '연구 내용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작성하는 비밀유지계약서에 '학생들의 독자적인 노력으로 취한 경제적 이윤의 50%를 교수에게 바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켜 계약서를 작성케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비밀유지계약서'의 본래 목적은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내용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작성된다.

하지만 A 교수의 비밀유지계약서에는 학생이 재학기간 독창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특허 출원 및 등록을 해 금전적 이윤이 발생할 경우 연구실이나 A 교수가 배당금의 50%를 소유하도록 조건을 달고 있다.

또 학생이 경진대회나 프로그램 작성 등의 학문적 연구성과로 받은 상금 등에 대해서도 A 교수가 50%를 소유한다는 조항이 삽입돼 있다.

계약서 끝 부분에는 연구실에서 지급되는 인건비, 인센티브, 경진대회 입상 상금 등에 대해 학생들과 상의도 안되고 외부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광주과기원측은 "A 교수의 비밀유지계약서를 입수했고 지도를 받고 있는 석·박사 과정 학생 11명이 실제로 이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사실로 드러나면 학칙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구비와 기자재 구입대금을 부풀려 대학 예산을 빼돌려 온 교수들도 검찰에 붙잡혔다.

광주의 한 사립대 B 교수는 지난 2007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연구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생과 대학원생, 시간강사 등 10명의 인건비를 허위 청구해 7800만원을 가로챘다.

전남 모 대학 C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학 기자재 납품업자와 짜고 허위 매출전표와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4800만원을 부당하게 타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검찰에서 학생이나 대학원생이 연구에 실제로 참여했으며 연구비를 사후에 청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교수들의 공통점은 지위를 이용해 부당계약서를 작성케 했고 학부생이나 시간강사, 지인 등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학교 예산을 빼돌렸다.

이처럼 대학에서 교수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지자 일각에서는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자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 모 사립대 교수는 "현 대학 시스템은 교수 중심으로 되어 있고 지도교수에게 권력이 주어지기 때문에 비리를 알고도 거론하지 못한다"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대학교수로서의 양심이 우선이고 이에 맞춰 처벌강화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