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에리카김 인터뷰의 보복성 조치…권력에 복종하게 하려는 음모”
신당 우상호 의원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민영화 추진하는 진의 밝혀라”
한나라당이 차기정부에서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MBC 노조는 물론 정치권 일각의 반발이 거세다. 한나라당은 MBC가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광고료에 의존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쪽은‘숨은 의도’가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MBC 민영화 논란은 최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의 입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인 정 의원은 이명박 당선자의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 홍보단장을 맡았던 만큼 새 정부 언론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지난달 26과 27일 양일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월께 국민주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12월 26일 정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상실했다”며 “공영방송은 공익성 위주로, 상업방송은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 맡겨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의원은 “MBC 스스로가 입장정리를 해야 할 때”라며 “MBC가 공영방송으로의 지속의향이 있다면 그 체계로 들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영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정 의원은 다음날인 27일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MBC 민영화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 개편법을 처리할 때 새 방송법이 통과된다면 MBC가 지금처럼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오가는 어정쩡한 위상으로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영방송 구실을 하려면 한나라당이 내놓은 국가기간방송법의 통제를 받던지, 아니면 MBC 지분의 국민주화나 중소기업 컨소시엄에 넘겨 민영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정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측은 MBC 민영화의 이유로 ▲공영방송임에도 광고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중소기업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하면 일부 기업의 방송사 독점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MBC ‘국민주 민영화’하면 박근혜가 대주주”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노조(위원장 박성제)는 같은 달 28일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밝힌 MBC 민영화 추진 방침에 반발했다. 노조는 “한나라당의 MBC 민영화 의도는 MBC를 특정 기업에게 팔아넘김으로써 자본에 예속된 MBC가 알아서 권력에 복종하게끔 하려는 것”이라며 “그 결과 MBC는 권력과 자본에 충실하게 봉사하는 ‘싸구려 상업방송’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정 의원이 제시한 ‘중소기업 컨소시엄’과 ‘국민주’화 등 두 가지 민영화 방식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컨소시엄의 경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주인이 생기는 순간 MBC는 사영화 되는 것”이라며 “4대 재벌기업은 배제한다고 하지만 MBC를 가지게 되는 중소기업은 그날로 바로 대기업이 된다”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또 노조는 무엇보다도 현재 정수장학회가 MBC의 지분 30%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의 ‘국민주 전환’은 ‘MBC 대주주 박근혜’로 귀결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국민주 민영화’가 말로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박근혜씨가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MBC의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문화진흥재단의 주식만 국민주로 처분한다면 MBC의 대주주는 박근혜씨가 된다”며 “특정 기업에 팔아넘기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측은 이정현 전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가 정수 장학회 이사장을 사직한 순간 모든 법적 관계가 끝난 만큼 MBC 노조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MBC 노조 관계자에게도 이 같은 입장을 전했고 다음부터 유의하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권력에 예속된 ‘싸구려 방송’ 만드는 민영화”
대통합민주신당측도 MBC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차기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통합신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내고 “MBC 민영화 추진은 한국사회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의도에 불과할 뿐” 이라며 “이명박 당선자는 MBC 민영화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신종 언론탄압이며 60년대에나 통했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 의원은 “현실적으로 국민주나 중소기업들의 컨소시엄으로 막대한 규모의 MBC를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결국 MBC 민영화 추진은 결국 특정 대자본의 방송소유로 귀착될 것이 자명하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 공익성 등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우 의원은 “지난 11월 MBC 노조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에리카 김의 인터뷰가 방송된 직후 당시 이명박 후보의 한 측근이 ‘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 시키겠다’고 했다고 한다”며 “만약 정치보복 차원에서 MBC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더욱 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MBC 민영화를 공론화하고 추진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 MBC 노동조합은 지난 11월 23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 후보 캠프의 ‘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 시키겠다’고 한 발언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탄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MBC 박성제 노조위원장은 “투쟁의 첫 단추는 올 초 예정된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끼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 정권이 MBC 사장선임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권력의 줄을 탄 인물이 사장 후보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어떠한 음모가 진행되더라도 조합은 이를 밝혀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음모를 막아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