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연초부터 잇따른 잡음 왜…

신격호 회장, 법 망 피해간 놀라운 세테크

2008-01-04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닷컴] 유통왕국 롯데그룹이 연초부터 재계 안팎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억’대 과징금을 부과 받은 데 이어, 최근 신격호 회장이 보유한 2천억원대의 주식을 계열사에 무상증여 한 것이 자녀들에 대한 편법증여라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증여와 관련해 결손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 밝혔지만 재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주식증여를 통해 부실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측면이 있다 해도 자녀들과 관련이 있는 계열사에 증여를 함으로써 편법, 우회 지분 증여에 대한 의혹은 피할 수 없다는 것. 더욱이 이로 인해 생기는 이익 또한 자녀들에게 돌아가 신종 편법상속 기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 31일 주식시장 폐장 이후, 롯데는 야간 공시를 통해 신 회장 소유의 주식을 계열사 네 곳에 무상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신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삼강, 롯데알미늄, 롯데리아, 롯데캐피탈, 롯데상사 등 주요 상장사 지분 2천억원 어치를 롯데미도파, 알미늄, 브랑제리, 후레쉬델리카 등에 증여했다.

롯데 측은 “결손법인인 이들 계열사들의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증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900억원대 증여세 안내고 주가 올라 재산증식
 
신 회장이 계열사에 증여한 주식의 평가액은 약 2천억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전체금액의 45%를 증여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롯데미도파 등은 약 9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증여받은 해당 회사들이 결손법인인 까닭에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가장 많은 금액인 1천716억원을 증여받은 롯데미도파는 국세청 과세 기준으로 지난해 말까지 약 1천700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이들 회사들이 대부분 신 회장의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거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롯데미도파, 롯데브랑제리 등 세 곳은 신 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대주주인 롯데쇼핑의 지배를 받고 있고, 롯데후레쉬델리카는 딸 신유미 씨가 대주주에 올라있다.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결손기업에 증여 명분으로 지분을 넘겨 막대한 금액의 세금을 내지 않고도 자녀들의 경영권을 강화해줬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더욱이 이번 증여로 신 회장 자녀들은 보유 주식 값이 올라가 앉은 자리에서 재산 증식 효과까지 톡톡히 누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난 2일 증시에서 롯데미도파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상승, 미도파의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의 대주주로 있는 신동빈 부회장 또한 덩달아 대박 효과를 얻었다.  결국 주식증여를 통해 부실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주고 이로 인해 생기는 이익은 자녀들이 갖게 하는 신종 편법상속 기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롯데 측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신 회장이 사재를 털어 어려운 계열사를 도우려고 한 것 뿐 인데, 일부에서 정확하지 않은 추측으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지난 2000년에도 롯데전자, 롯데산업 등 재무구조가 취약한 회사에 증여한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까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여를 받은 롯데미도파 등은 재무구조가 개선돼 올해부터 상당액의 법인세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손기업에 증여한 것이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한 것이라는 식으로 꿰맞추면 문제가 되지 않을 기업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재계 안팎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세금회피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면서 “일단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롯데의 경우 개인한테 주식을 증여했을 경우 45%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하지만, 법인에 증여함으로써 25%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법인세로 납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손기업 지분 거래, 경영권 승계 위한 작업?

한편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은 기업 가운데 롯데알미늄을 주목하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일본 롯데상사가 84.5%, 신격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1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또 롯데건설 지분 13.3%, 롯데기공 18.3%, 롯데제과 13.4%, 롯데칠성 8.4% 등을 보유해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번 증여과정에서 롯데알미늄에 롯데건설 지분을 증여했는가 하면, 롯데미도파에는 롯데알미늄 지분을 넘기기도 했다. 결손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을 증여했다면서 결손회사에 결손 회사 지분을 넘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 증여를 한 것. 롯데 측은 “롯데알미늄이 소규모 결손금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인 자체의 문제이고 롯데미도파에 넘긴 알미늄 지분은 신 회장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기 때문에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재계에서는 롯데알미늄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롯데미도파에 알미늄 지분을 넘겨 차남 신동빈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롯데는 영화관 매점 특혜 문제로 공정위로부터 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지나치게 낮은 임대료를 받고 신 회장의 두 딸인 신영자 부사장과 신유미씨가 소유한 회사 2곳에 임대하는 등 부당지원을 해준 탓이다. 재계 5위의 롯데그룹. 연초부터 이같은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일부에서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는 재계의 흐름에 롯데만이 역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