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와 정면충돌

盧 "한번 해 보자"… 인수위 '무대응 전략'

2009-01-05     정치부
【매일일보닷컴】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위원장 이경숙)를 향해 "지금은 불도저 경제의 시대가 아니라 생각한다. 지식경제의 시대다. 속전속결하는 시대가 아니다"고 다시 한번 날을 세웠다. 노 대통령은 이외에도 정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인수위 인사자제 요청, 경제성장 7% 공약 등을 들며, 인수위 활동과 정책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4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08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 "경제도 법칙이 있으므로 원리를 존중하고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정책과 차별화하면 무조건 선이다. 이것은 포퓰리즘"이라면서 "정책 자체를 가지고 제가 시비하지 않아도 국민 사이에서 토론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참여정부를 심판하는 것이 전략인 것처럼 새 정부는 참여정부 정책을 속전속결식으로 무너뜨리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래선 안된다"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또 "소금을 더 뿌리지 않으면 저도 오늘로 이야기를 그만할 것이고 앞으로 계속 소금을 뿌리면 저도 그렇다. 깨지겠지만 상처를 입겠지만 계속 해보자"면서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인수위에 맞섰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인수위 업무보고 형식과 관련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을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국장들이 인수위에 불려가 호통을 당한다"며 "그리고 지난 5년 간 정책에 대해 평가서를 내라고 한다는데 그것은 반성문을 써오라 이 말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정말 힘없고 빽없는 국장들을 데려다 놓고 호통치고 반성문 쓰라 하고 그것이 인수위인가"라며 "(인수위는)정책 환경과 실태 등을 파악하고 새 공약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아직은 노무현 정부다. 지시하고 명령하고 새 정부의 정책을 지금부터 준비하라 이렇게 지시하는 것은 인수위의 권한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인사자제 요청 한번 더 하면, 마음대로 할 것" 노 대통령은 또 인수위의 거듭된 인사 자제 요청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만일 한번 더 협조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것은 사람을 모욕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 제 마음대로 할 것"이라면서 "(인수위에서)협조하라고 두 번 해 두 번 대답하면 됐지 않냐"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 문제 자제해 달라 해 자제하겠다고 했다. 조금 있으니 신문에 또 나왔다"며 "설마 인수위가 그랬을까 싶기도 한데, 신문이 두번 세번 쓰는 것 아닌가 모르겠지만 또 협조를 하겠다"고 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오늘 이 이야기가 제 마지막 이야기다"고 운을 뗀 뒤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소위 정치적 고려를 가지고 정책노선을 이해하는 코드인사라 말해 왔던 자리는 반드시 지장이 없도록 (인수위에)넘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중립적 입장에서 해야 되는 자리,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는 법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 "다음정부 7% 이루면 존경심 표하겠다" 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경제성장 7%'를 언급하며 "노무현 경제는 5%밖에 못갔으니까 6%나 7%로 가면 누구누구 경제라 이름 붙이고 저도 존경심을 표시하는데 같이 가겠다"고 공언했다. 노 대통령은 "왜 이 말씀을 드리냐면 제가 경제를 망친 일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성장률이 대통령에게 달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5%를 제 실력이라고 인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5년 전 2003년 3.1% 성장했다. 2003년과 2004년 내내 신용불량자와 금융위기를 가지고 싸웠다"며 "그리고 기름값도 두 배, 두 배 반 올랐고, 저야말로 위기의 경제를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그런데)지금 경제가 위기인가"라고 물은 뒤 "정상이다"고 자답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3.1%에서 5%에 왔으니 지금이 만일 위기라면 다음 경제는 적어도 6% 그리고 7%까지 가야 정상이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다시 한번 "그래서 6%로 가면 다음 정부 실력으로 인정하고 존경심을 가지고 '수고하셨다. 존경합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 "인수위 정책 정말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천호선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위원장 이경숙)를 향해 "인수위의 정책추진과정이 다소 위압적이고 조급해 보인다. 정책을 속전속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정말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천 대변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인수위는 정부 정책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고 공약을 재점검하고 다음 정부의 정책을 준비하는 곳이지 (공무원들을)호통치고 자기 반성문을 요구하는 곳이 아니다"고 포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나와 정권이 심판받는 것이지 정부의 모든 정책이 심판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인수위는 기존 정책이나 당선자의 공약에 대해 찬반의 입장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무위원들을 향해 "각 부처 공무원들은 인수위에 성실하게 협력하고 보고하되 이런 원칙에서 냉정하고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당연히 정책을 수용하고 집행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인수위의 진로를 방해해서는 안되지만 마치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임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런 과정에서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인수위상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며 "합리적이고 신중해야 하고 정당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확한 통계와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며 "멀리 내다보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선진화된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이다"고 충고했다. 끝으로 노 대통령은 "미리 결정부터 해버리고 밀어붙이는 식이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조직개편도 신중해야 하고 교육정책은 더더욱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해 천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각 부처에 대한 지시냐'는 질문에 "(부처에)어떤 항목을 두고 지침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임하는 자세에 대해 말했고 인수위의 기능과 목적을 환기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지적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최소 이명박 정부 출범전까지는 참여정부 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공약을 둘러싼 청와대와 인수위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 "盧 대통령, 매우 적절치 못한 말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4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와 관련 "인수위는 호통치는 곳이 아니다"라고 정면 비판한데 대해 "매우 적절하지 못한 말씀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삼청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황 인식이 잘못됐으니 진단과 비판도 잘못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최근 인수위 대변인으로서 하루에 두세 곳의 업무보고 장소를 찾아가는데 그 어떤 자리에서도 얼굴을 붉히거나 호통을 치거나 '군기잡기'식 업무보고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차분하고 '쿨(Cool)'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수위가 (정부부처 공무원들에게) 호통을 치고 반성을 요구하는 것 같은 보도가 일부 있긴 했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있는데도 (대통령이) 여기 근거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이) 일부 언론보도만 보고 하는 말씀은 상황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업무보고 현장이 "실무적이고 효율적이며 정중한 분위기, 속된 말로 '조근조근' (말하는) 분위기이지 국정감사장 같이 질타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김형오 부위원장도 어제 '국정감사라면 큰 소리를 내겠지만 여기는 어차피 우리와 함께 일할 공무원들이 모인 데니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응수했다.

김형오 "물러날 사람들에게 시비 걸지 않는다" 

김형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부처 업무보고와 관련해 인수위를 정면비판한 것에 대해 "우리는 물러나는 사람들과 정책토론을 하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삼청동 인수위에서 진행된 정보통신부 업무보고 청취에서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인수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역대 어떤 인수위보다 순조롭게 업무진행이 되고 있으며 5년 전의 인수위와는 다르다는 점을 감히 말씀드린다"며 "우리는 함께 일할 사람들, 국가와 국민의 봉사자로서 함께 일 할 공직자 여러분들과 업무를 협의하고 정책을 조율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참작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무보고 과정에서 어떤 곳에서도 고압적이거나 강압적이거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다"며 "무례한 적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수위는 인수위법에 따라서 활동하고, 이번에 행정자치부에서 마련해 준 메뉴얼에 의해서 부처에 지침 등을 시달한 것이지 법이나 메뉴얼에 어긋나는 것은 하지 않는다"며 "실무적, 실질적으로 일하고 효율적으로 국정업무를 인수받으려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전날 "계속 소금을 뿌리면 (한 번) 해 보자. 인수위는 호통을 치고 자기반성문을 요구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인수위에 직격탄을 날렸고, 인수위 측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상황 인식이 잘못됐다. 매우 적절치 못한 말씀이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