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증권사 대표단 간담회 개최…증권거래세 개편 논의 탄력받나?

증권사 사장단, 민주당과 간담회서 “거래세 개편해야” 건의

2019-01-15     이화섭 기자

[매일일보 이화섭 기자] 증권사 사장단이 15일 여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 증권거래세 개편을 건의하고 여당도 검토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증시 침체로 주목 받다가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증권거래세 개편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업계 대표들은 증권거래세 개편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를 끝내고 나온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증권거래세가 양도소득세와 함께 사실상 이중과세돼 점진적으로 조정해달라는 의견들이 나왔다”며 “민주당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도 “오늘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관련 논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주식 거래로) 손해를 봐도 세금을 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이해찬 대표도 ‘어이가 없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기자들에게도 공개된 간담회 초반 시간에 “증권거래세 폐지 등 자본시장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세제는 자본시장 선진국보다 복잡한데다 시장과 투자를 왜곡하는 효과를 내 시중의 자금이 혁신성장에 쓰이는 데에 방해가 되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1963년 도입된 이후 폐지와 재도입을 거쳐 1996년부터 현행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0.3%(농어촌특별세 0.15% 포함)가 적용되고 코스닥·코넥스·K-OTC도 0.3%이며 기타 비상장주식은 0.5%다.

그러나 상장주식 대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도 부과되는 상황에서 대주주 범위가 2020년 4월 주식 보유액 기준으로 ‘시가총액 5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아지고 2021년 4월에는 ‘3억원 이상’으로 추가로 조정될 예정이어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게다가 증시 침체까지 맞물려 지난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권거래세법 개정 논의가 이뤄졌으나 정부내 세제 주관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가 한동안 수그러들었다.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협을 직접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도 다시 커지고 있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직접 여당 대표에게 업계의 현안을 전달했다는 점과 여당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반응을 보인 점 등 여러 면에서 고무적이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명석 사장은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미국의 엔젤투자 현황을 이야기한 것을 보면 ‘수익을 내기 위해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감수한다’는 투자의 본질과 업계 특성을 이해하고 온 것으로 생각한다”며 “만났다는 자체로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다만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는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일반적인 수준의 이야기만 오간 것이 아쉬웠다”며 “한층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눌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태년 정책위원장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유동수·김병욱 의원 등이 참여했다.

업계 대표들로는 권용원 협회장을 비롯해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 조흥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등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 24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