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당선인의 공약이 시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위원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다음달 24일까지는 법률상 계속되고 25일부터는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다”면서 “이는 이 당선인의 공약을 시행하기 위한 것이고 여러분은 그 때부터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그동안 이 당선인 측과는 다소 상반된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정책을 담당해온 부처인 만큼, 앞으로 출총제 폐지 등을 앞세운 이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는 일종의 ‘선전포고’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강 간사위원은 “정치적으로 당연한 심판이 이미 끝난 것”이라며 “공약에 대해 이미 국민적 지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공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더 잘 시행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눠주길 바란다”고 다시 한 번 못박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사실상 출종제 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수위 측에 현재 공정위의 입장을 피력한 뒤 어떤 수준에서 대안을 마련하게 될지 고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업무보고 전날까지도 아무런 입장을 정한 바 없이 현 업무관련 상황에 대해서만 보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정위는 4일에도 공정위가 연내에 출총제를 폐지하고, 대신 순환출자 차단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출총제 폐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총제 폐지 여부는 업무보고 이후에나 이야기해야 할 내용”이라며 “제도를 폐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면 추후에 대안을 마련해 답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盧 작심발언'이후 몸 낮췄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호통치고 반성문 쓰는 곳이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작심발언 이후 업무보고를 받는 인수위의 태도가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강만수 간사위원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전날 노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듯 "우리는 기존 5년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아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 선택된 대통령과 그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방안을 보고받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 간사위원은 이어 "헌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신분을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시작과 함께 여러분은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이 되는 것"이라고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보다 우리 공약의 현실적인 타당성과 부작용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인수를 받는 것이지 기존 정책을 비난하는게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나오도록 해서 미안하다"면서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는 긴 역사는 아니지만 많은 일을 했고 기여를 했다"고 격려했다. 특히 그는 인수위가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을 뜯어고치려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상치되는 것은 상치되는 대로, 일치되는 것은 일치되는 대로 나가면 된다"면서 "오해 없기를 바란다. 정치적 심판이 끝난 것이니 국민의 지지를 받은 공약이 잘 시행되도록 이야기를 나눠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일 인수위가 "안이하다", "기대에 못 미친다", "부처 이기주의를 생각하면 못하는 것"이라고 교육부를 호되게 질타, '군기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돌았던 것에 비해 분위기가 상당히 부드러워진 것. 이에 앞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지난 4일 "공무원들에게 인격적 예우는 하면서 내용 파악에 충실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인수위, '국정원 길들이기' 착수하나
그러나 인수위원회는 5일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인과 '불편한' 관계였던 국가정보원 업무보고에서 '위상 재정립' 운운하며 맹공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져 인수위의 '도를 넘는 행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인수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여 동안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국정원 업무보고를 청취했지만 초반부를 공개하는 여타 정부부처 업무보고와 달리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국정원 관련 브리핑은 하지 않겠다. 할 게 없다. 내용이 뭐… 알려줄 거리가 못 된다"며 "(국정원 측에서 업무보고장에) 5명만 왔는데 아마 취재가 안 될 것이다. 대단치 않은 얘기를 시시콜콜 하는 것도 언론인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 대변인은 "'국정원의 일부 기능을 외교부와 통일부로 이관한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지만 그에 대한 논의도 없었고, 오늘 업무보고에서는 구조개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만 최근 국정원과 관련해 불거졌던 몇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최근 국정원의 의혹'이란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이 이명박 당선인의 자료를 수집하는 등 일종의 '정치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며 입을 닫았다. 그는 이날 오전에 동시에 진행된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했지만 국정원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했다.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초고속으로 진행하다보니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부처의 경우 브리핑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지만, 국정원 정도의 주요 기관 업무보고 브리핑을 건너뛴 것은 이례적인 일. 인수위 측이 이처럼 극도로 말을 아낀 데에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부터 불거진 국정원과 이명박 당선인의 '껄끄러운 관계'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대변인이 짤막하게 언급한 '최근 국정원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에 대한 추측이 무성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정원이 당시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 당선인의 '뒷조사'를 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집중 추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당시 이 당선인 측은 정부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하는 등 이 당선인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의 배후에 정권이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청와대와 이 당선인 측의 갈등은 검찰 맞고발로 비화된 바 있다. 진수희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가 국정원 업무보고 초입에 "국정원은 정권 편에서 국민에게 큰 아픔을 줬다"고 정면비판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이런 의견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 간사는 경선 당시 이 당선인 캠프 공동대변인을 맡아 '정권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경선 과정에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인물. 당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가능성을 차단, 이른바 '정치 사찰'을 원천봉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던 인물들이 대거 인수위에 합류한 것도 인수위 측이 국정원을 상대로 기선제압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제휴사 뉴시스 뉴스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