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2' 주인공은 6명"
청계천이 작품 배경..."복원이란 명목 아래 다 뜯어고쳐"
2008-01-05 매일일보
【서울=스타뉴스/뉴시스】'바보'와 '순정만화', '타이밍', '아파트', '26년',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그,동안 연재했던 작품 대부분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진기한 경력을 지닌 만화가 강풀(34). 그가 2006년 한국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괴물'의 후속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작사 청어람이 밝힌 것에 따르면 '괴물'이 한강을 배경으로 탄생한 작품이라면 '괴물2'는 2003년 복원공사가 한창이던 청계천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괴물2' 시나리오 작업으로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강풀을 만나 '괴물2'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괴물2' 시나리오를 쓰게 된 배경은. ▶'26년'을 '괴물' 제작사 청어람이 영화로 준비하면서 최용배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괴물2'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래서 청계천에 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한강이 배경이었는데 청계천으로 옮겨가면 스케일이 줄어든다고 생각했는지 시큰둥하시더라. 그러다 그 속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더니 준비를 해보라고 하시더라. -'괴물2'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괴물'의 성공 요인은 사람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에 독극물이 방류되고 그것을 먹고 자란 괴물이 2006년에 튀어나왔다면 그 6년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변형된 치어들이 한강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싶었다. 청계천 복원 공사는 근대사에 가장 큰 공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복원이라는 명목 아래 다 뜯어고쳤다. 대선 전에 아이템을 생각해뒀다. 대선 이틀 전에 시나리오가 초고가 완성됐기 때문에 특별히 대선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괴물2'도 1편처럼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가. ▶그렇다. 당시 청계천 복원공사를 할 때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 곳에서 일을 하시던 노점상도 있었고, 시청 공무원도 있고, 전경도 있으며, 용역깡패도 있었을 것이다.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청계천 공사는 난 데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살고 있던 괴물들에게도 난 데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조용히 살고 있는데 뚜껑이 열린 셈이니까. 날벼락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날벼락 같은 일을 당한 괴물이 등장해 어떤 일이 벌어질까가 관심사였다. -염두에 둔 주연배우가 있나. 주요 인물은 몇 명 정도 등장하는가. ▶음...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 내 권한이 아닌 것 같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풀어서도 안될테고. 주요 인물은 6명이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전경, 깡패, 공무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괴물이 여러 마리 등장한다. 디자인에도 참여하는지, 또 영화가 완성되면 만화로도 연재할 계획인가. ▶괴물의 디자인은 나보다는 1편부터 전문적으로 하셨던 분들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함께 할 수는 있지만. '괴물2'를 만화로 연재할 생각은 없다. 내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분들은 긴 이야기를 짧게 줄이는 데 고민을 한다고 하시더라. 난 만화를 연재할 때 시나리오처럼 미리 이야기를 작성해 놓는다. '괴물2'는 영화 시간에 맞춰 두 시간 분량으로 작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로 연재하기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러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괴물2'는 시나리오까지 참여해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처음에는 내 만화들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기분이 좋았다.일단 수입이 더 늘었고 또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내 이야기가 다른 식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니까.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지면 질수록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면에서 '괴물2'는 의미가 남다르다. 다른 작품들은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건 그분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책임을 많이 느낀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6년'도 곧 영화로 제작되는데. ▶'26년'은 만화를 만든 목적 자체가 좀 더 당시의 이야기를 알려야겠다는 데 있었다.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는 5.18과 8.15를 헷갈려 하기도 한다. 영화로 만들어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감사할 뿐이다. 만화를 연재할 때도 철저하게 재미에 치중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관련자들의 압박도 있었을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때 그사람들'과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연재할 때도 몇 번 전화가 오기는 했다. 사실 걱정이 되는 한편 좀 그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이슈가 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시를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이제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가로 입문하게 됐다. 만화와 병행할 생각인가. ▶일단은 '괴물2'만 하고 만화에 전념할 생각이다. '괴물2'를 준비하면서도 빨리 만화를 그리고 싶은 생각이었다. 내 본령은 만화이다. 하지만 만화보다 영화가 더 적합한 이야기가 있다면 또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 -6편의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드라마는 어떤가.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타이밍'은 드라마 판권이 외주제작사에 팔렸다. '순정만화'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해외에서도 내 만화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제의가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내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게 좋은 성과를 거둔 뒤 하고 싶은 생각에 해외 제의에 대한 답은 일단 보류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