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갈등 ‘대충돌’
당선인 측근 인사들 공천 관련 준비 중? 박근혜측 '구태 정치 부활' 불쾌감
2008-01-07 정치부
[매일일보닷컴] 4.9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 이명박 당선자 진영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총선 공천 갈등이 증폭되는 등 ‘총선 물밑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4.9총선 공천과 관련해 ‘40% 물갈이론’을 말한 것을 놓고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당 지도부가 충돌했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최고위원이 이방호 사무총장을 향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간접적으로 사퇴를 주문했고, 이방호 사무총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오해’라고 해명한 것. 이에 총선 공천의 ‘주도권’을 쥔 강재섭 대표는 이 사무총장을 질타하면서 당직자들에게 ‘입조심’을 주문했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총선 공천은 당헌ㆍ당규에 따라 할 것”이라며 원칙을 강조했다.
이날 이방호 사무총장의 정면에 앉은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 사무총장을 주시한 채 “공정한 당무를 해야 할 사무총장이 월권적이고 비민주적 발언을 함으로써 당 분열이 예고되는 것 같다”며 “이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으로서 (40% 물갈이론 발언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 분열을 막는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지금 당 주변에 당선인 측근 인사인 모모인들이 공천과 관련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며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구태 정치, 악습인 1인 지배 정당정치의 부활이고, 민주정당이 사당으로 부활해 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민주정당으로 전임 대표(박근혜 전 대표) 시절에 당 대표가 계보를 만들지 않고, 공천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등 당시 당헌ㆍ당규를 철저히 지키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한나라당은 완전한 민주 정당으로 정착했다”며 “당에서 제일 중요한 총선 공천과 관련해 더 이상 개인의 의사나 힘으로 당헌ㆍ당규가 유린되는 일이 없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천작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김학원 최고위원도 “공천 문제와 관련해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원칙과 화합에 맞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의 의무”라고 이 사무총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또 “공천 문제는 당헌상 최고위의 고유권한으로 최고위의 보완적인 기구로 공천심사위원회를 두고 여기에서 결과를 최고위에서 최종 결정하도록 당헌상에 못박아 놓았다”며 “사무총장은 공천 과정에 필요한 절차를 준비하고 총선기획단으로서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당 대표가 특별히 권한을 120% 발휘해주고 최고위도 그 점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던 이방호 사무총장은 “상식적으로 40%를 물갈이하겠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17대 공천심사위원으로서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 것을 기사로 쓴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기자들이 수치와 관련해서 질문을 하면) 사무총장 입에서 무슨 수치를 말하느냐고 수없이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특정 지지자들에 대한 물갈이론 등 말도 안되는 것들이 상대방에서 자꾸 의구심을 갖고 기획공천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며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한 적 없고 어느 누구도 그런 계획을 가진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특정 계파에 대해 물갈이를 운운하면서 말했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도 그런 계획을 가지고 말한 사람도 없고, 출처도 없다는 점에서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강재섭 대표는 “공천이 결국 국회의원들의 정치 생명에 관한 문제이므로 조용히 넘어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소 시끄럽겠지만 공천과 관련돼 서로 선입견을 가지고 서로를 의심하고, 공격하는 것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천과 관련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대표를 하고 있는 나는 굉장히 모욕감을 느낀다”며 “내가 총선기획단을 만들어 공정하고 전략적으로 하겠다고 실컷 이야기했는데 양쪽 측근이라는 분들이 나서서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공방을 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모든 당직자들이 공천 문제에 함부로 말한다든지 오만하게 보인다든지 말을 실수해서 국민들에게 건방지게 보이는 일이 없도록 당부한다”며 “앞으로 총선과 관련해 당직자들의 소견을 밝히는 데 굉장히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안상수 원내대표도 “공천은 당헌ㆍ당규 규정 절차에 따라서 공천 심사위원회가 원칙을 갖고 하면 된다”며 “한나라당은 여러 번의 선거 과정 통해 공천 제도가 정착됐고, 공천 시스템상 정략적인 밀실 공천이 이뤄질 수 없으므로 앞서거나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공천은 여론과 당 분위기 등을 반영해 정하는 것이지 공천 물갈이니 뭐니 하는 것은 대단히 시대에 역행되고 불쾌한 발언”이라며 “사무총장이 당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당을 관리하고 지역 여론을 종합해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원칙을 갖고 하는 것이지, ‘물갈이가 어떻다’고 하는 것은 퇴행적이고 시대역행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앞서 지난 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ㆍ9총선의 공천은 공급자(정당)가 아니라 수요자(국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현역 의원 중 최소 35~40% 이상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朴측 “특정 계파ㆍ지역 물갈이 대상 안돼” 강력 반발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공천이 이뤄져야 된다”고 지적한 뒤 “특정인의 생각이 반영된 비민주적 공천은 안된다”고 주장했다.유승민 의원도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파를 물갈이 하겠다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이방호 사무총장이 당 지도부의 지침을 받거나 협의를 한 것도 아닌데 실무를 맡는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유 의원은 특히 이 사무총장이 총선 원칙을 제시한 데 대해 “이 사무총장은 총선을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사람이지 (총선 공천의 기준이나 원칙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면서 “당 지도부와 총선공천심사위원회의 권한을 월권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 사무총장이 “영남권 물갈이 비율을 높이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원칙이 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또 이 사무총장에 대한 퇴진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 사무총장에게 경고를 하든 강력한 처분을 내리든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상황이 이렇자 미.일.러 3개국 특사단장이 확정됐음에도 불구, 중국 특사단장으로 내정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정확한 입장을 인수위 측에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삼청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갖고 "미국. 일본. 러시아로부터 (당선인측이) 내정한 특사를 수락한다는 확답이 왔으나 중국만 답이 오지 않았다"면서 "특사단 방문 일시와 구성. 인원 등은 협의를 거쳐 다음 주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측 답변만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주 대변인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구 경북 '물갈이' 요구 주목
한편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대구지역에서는 다른 어느 때 보다 ‘물갈이’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아무나 국회의원이 된다’거나 ‘국회의원을 시켜줘도 하는 일이 없다’는 등 현역 의원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대구지역 주요 일간지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같은 ‘물갈이 요구’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매일신문이 지난달 하순 여론조사기관인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대구·경북의 만19세 이상 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정치의식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07%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2.6%가 ‘세대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가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지난달 25일과 26일 양일간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대구경북 시도민 534명 등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천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4%포인트)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고작 28.3%만 ‘현역 의원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유권자들의 물갈이 요구가 점차 거세짐에 따라 오는 4월 실시되는 제18대 총선에서 대구지역은 12개 선거구에 무려 80여명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을 정도로 선거구 마다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경북도 마찬가지. 이 지역 정가에서는 이미 이명박 당선인측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이 공천권을 두고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것에 주목하는 한편 ‘세대교체론’과 함께 ‘한나라당 일색’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두고 각 후보 진영마다 손익계산을 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