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내놓은’ 부유층 왕자들
교수ㆍ중소기업 대표 아들 등 5명, 신종마약 먹이고 ‘상습적’ 집단성폭행 벌여
사전에 모텔 예약하는 등 계획적 범죄 꾸며
신고 막기 위해 휴대전화로 나체사진 찍어
지난 7일 강남일대에 거주하는 부유층 자제들이 클럽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술과 신종 마약류인 일명 ‘물뽕(GHB)’으로 정신을 잃게 한 뒤 집단 성폭행을 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로 이모(21 ∙ 공익근무요원)씨 등 5명이 구속됐다. 20대 초반 어린나이지만 이들의 범행이 이번 한번만이 아니었다는 점, 범행에 앞서 인근 모텔을 사전에 예약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경악케 했다. 게다가 이들의 부모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국립 명문대 교수, 중소기업대표, 대기업 간부 등으로 알려져 우리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들의 레이더망에 잡힌 목표물은 25일 새벽 3시경 클럽을 찾은 A(25∙ 회사원)씨를 포함한 2명의 여성이었다. 이씨 등 3명은 A씨 일행에게 접근해 함께 춤도 추고 술도 마셨다. A씨 일행 역시 여러 사람과 어울려 놀기 위해 클럽을 찾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씨 등은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 쉽게 여성들을 범할 수 없기에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 ‘물 같은 히로뽕’이라는 뜻의 신종마약인 ‘물뽕’을 술에 탔다.
물뽕의 증세는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구토, 심할 경우 방뇨, 방변 등의 증세까지 보인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성범죄용으로 악용돼 ‘데이트 강간 약물’로도 불리는 마약이다.두 여성이 정신을 잃은 틈을 타 이씨 일행은 미리 예약해 놓은 모텔로 여성들을 운반(?)했고, 사건은 거기서 터졌다. 이씨 등 3명의 피의자들은 예약해 놓은 두 객실로 나누어 들어갔고, 피해 여성들을 차례로 강간했다. 이들의 ‘악랄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친구 최모씨(20∙ 모델), 윤모씨(21∙ 무직)에게까지 연락해 A씨 등이 잠들어 있는 객실 키를 넘겨주고 강간할 수 있도록 호의(?)를 베푸는 여유까지 보였다.
금품절도ㆍ알몸 촬영도 감행
이 사건은 피해여성 A씨의 용기 있는 제보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경찰에 따르면 25일 아침, 모텔에서 벌거벗은 상태로 눈을 뜬 A씨는 전날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방안을 둘러봐도 클럽에 동행했던 동생 B씨(23)는 보이지 않았다. 동생에게 전화를 하려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휴대전화는 물론 현금, 명품핸드백, 디지털 카메라 등 고가의 소지품도 없어진 상태였다.모텔을 나온 A씨는 B씨와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고, B씨 역시 어제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B씨는 눈을 뜬 후 모텔에서 나체로 잠들어 있던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근거로 A씨는 다음날인 26일 점심께 서초경찰서로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호텔 및 방범용 CCTV를 통해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보했다. 클럽 내 출입자와 관계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한 결과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특정한 경찰은 지난 7일 피의자들의 주거지인 강남, 용인 등지에서 이들을 검거 ∙ 구속했다.경찰조사결과 이들은 피해여성들의 신고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로 피해 여성의 나체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2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피해여성 추가로 속속 드러나
20대 초반 피 끓는 젊은이들의 ‘추악한’ 성폭행 행각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도 서울 서초동 한 모텔에서 같은 수법으로 외국인 여성을 성폭행했으며,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다른 2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 이와 관련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강력2팀 관계자는 “이씨 일당에게 압수한 휴대전화에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여성의 음부 등이 찍힌 나체사진이 있는 것으로 미뤄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경찰은 이들에게서 확보한 증거사진 중 또 다른 범행대상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여성 C씨(26?회사원)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발견, C씨에게 연락을 취한 결과 C씨 역시 A, B씨와 똑같은 일을 겪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 경찰에 신고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C씨는 사건 다음날 구토와 방변 등의 증세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 일당은 범행 전날 모텔을 예약하고, 성폭행 후 준비한 디지털 카메라로 나체 사진까지 촬영했지만 경찰조사 당시, 성폭행 혐의에 대해 전면부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