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공정경제 드라이브 걸었지만 개혁법안 입법은 '난망'
재계 상법 개정안 등 '기업 자율성 침해' 목소리 커져 / 각종 악재에 국회서는 여야 협치 실종...상임위 논의 제자리
2020-01-23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당정청이 23일 청와대에 모여 공정경제를 뒷받침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등을 조속히 처리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다. 재계는 정부여당의 이런 움직임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우려하는 상황. 자칫 최근의 경제활력 메시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청와대·여당발 스캔들로 여야 대치가 지속되고 있어 입법화 추진도 쉽지 않다.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회의에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신임 정책위의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 여당 핵심인사가 참석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야당과 소통을 확대하면서 불공정을 시정하고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할 수 있는 상법 등 관련 법안개정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이룰 토대로 공정경제를 강조하며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 관련)법안들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 계류중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 의무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핵심으로 한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수 주주의 권익 강화와 재벌 총수 등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강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 확대,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들이다. 이를 위해 여당은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하반기 정기 국회 중점 과제로 삼으며 입법화 노력을 지속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1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토론회에 참석해 "공정경제는 문재인정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 중 하나"라고 힘을 싣기도 했다. 또 민 위원장은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확대 적용, 재벌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 단독 의결권 행사 범위 ‘5% 제한 룰’ 적용 등 정부안보다 강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공정거래법 정부안 국회 통과를 위한 입법 전략이라는 해석도 내놓은 바 있다.그러나 법안들은 '기업 규제 강화로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며 야당이 반발해 상임위원회 테이블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상법 개정안 내용 중 하나인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대책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보여 운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데도 반재벌, 반기업 정서를 이용해 급진적인 이념을 추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행사는 결국 주주권 행사가 아니라 연금사회주의로 흐르는 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재계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 투기자본이 이사회에 진출해 국내 기업을 압박할 것이라는 등 정부와 여당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최근 경제 살리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관련 법안을 적극 추진할 경우 경제기조 엇박자라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