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잇따른 CEO 사의, 속내는?
2009-01-12 뉴시스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현대증권 김지완 사장에 이어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이 11일 사의를 표명하는 등 현대그룹의 주력 2개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퇴진한다.
재계에서는 두 CEO의 임기가 내년이라는 점에서 조기퇴진은 본인들의 뜻뿐만 아니라 현정은 회장의 의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앞으로 현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증권 김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로 '현투증권 부실 책임을 물어 대주주인 현대증권을 매각하겠다'던 정부 방침과 달리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그룹 계열사로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대그룹 경영권 방어에도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본인이 내세운 표면적인 사유는 건강상의 이유지만 2006년말 현정은 회장이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회장을 현대증권 회장으로 발령내고 지난해 공동대표체제가 되면서 김 사장의 역할 축소 또는 조기 퇴진론이 제기돼 왔었다. 현대상선 노 사장은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현대그룹 기획실에서 주로 근무한 뒤 2002년 9월 현대상선 사장으로 옮겨왔다. KCC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정상영 KCC명예회장측에서 '뛰어난 재무통'이라며 러브콜을 했다는 설에도 불구하고 현 회장의 재신임을 받았었다. 본인은 후배들을 위해 물러난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임기가 1년 가량 남았고 실적도 개선되는 상황이어서 갑작스런 용퇴가 다소 의아스럽다는 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의지가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현 회장 취임 직후 일차로 고 정몽헌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이 정리됐고 지난해 7월 전인백 현대U&I사장에 이어 이들 2명의 CEO가 물러남에 따라 현 회장 취임 이후 현대그룹을 이끌던 주요 사장단이 모두 그룹을 떠나게 됐다. 이처럼 두 CEO의 자진 사퇴로 현 회장은 인사부담을 덜게 됐다. 현대증권의 경우 김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장직이 공석이어서 조만간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다음주초 임시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후임 사장도 내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현 회장이 취임 5년째를 맞아 이같은 사장단 교체를 통해 그룹의 면모를 일신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 회장은 그동안 이기승 기획총괄본부장에게 현대U&I 대표이사와 현대상선 등기이사를 겸임하도록 해 경영권 방어와 성장동력 발굴 등 그룹의 핵심업무를 맡겨 왔으며 장녀인 정지이씨를 전무로 발탁시켜 경영수업을 받게 하는 등 현 회장 체제를 강화해 왔다. / 강기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