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형 CES’ 논란, 한국에서도 CES급 만들자

2019-01-28     황병준 기자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규모의 가전·IT 전시회인 ‘CES 2019’가 한국에서 열린다. 혁신을 갈망하는 한국 소비자에게는 단연 희소식임에 틀림없다.정부는 ‘한국형 CES’를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도 수준 높은 제품을 한 눈에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공감은 가지만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CES는 매년 세계 가전 시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행사로 기업들은 준비 기간을 6개월 이상 잡고 참여한다. 이를 통해 한 해 시장의 흐름을 직간접적으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해 업계 방향과 추진 전략 등을 꼼꼼히 분석해 계획을 수립하기도 한다.하지만 이번 ‘한국판 CES’에는 계획이 빠졌다. 단순히 라스베이거스에 가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해 전시회를 강요했다는 뒷맛만 남겼다.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일단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CES에 참여한 국내 기업과 협회, 단체가 CES에서 선보인 기술을 확산시키고 싶다고 생각해 준비에 나선 것”이라고 압력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청와대 입장이 맞다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회에 참여하지 않을 재간이 기업에는 없다. 여기에 한 달도 아닌 보름만에 CES를 통째로 DDP(동대문디지털프라자)에 옮겨 놓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취지가 나쁘지 않다고 해도 시작 전부터 논란이 불거진 전시회에 대한 우려도 앞선다.올해 CES가 예년에 비해 돋보인 것은 한국 기업들의 선전 덕분이다. 삼성전자, LG전자를 주축으로 현대차, SK 등이 이번 CES에서 언론과 해외바이어의 주목을 받았다.만약 기대만큼 관심을 받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CES가 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정부는 이번 DDP에서 열리는 ‘한국형 CES’에 대해 대관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정부가 이들에 대한 지원 의지가 있다면 한국에 CES를 옮겨 놓을게 아니라 한국에 CES와 같은 국제적인 컨벤션을 열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세계적인 모터쇼를 지향하는 ‘서울모터쇼’나 한국 전자 산업의 총집합 ‘한국 전자전’, 게임 산업을 총망라한 ‘지스타’ 등 국내에서 펼쳐지는 전시회에 정부가 주도적인 지원을 펼치면 한국의 ‘MICE(마이스·전시 컨벤션)’ 사업 부흥에도 일조할 수 있다.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한국형 CES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CES,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같은 국제적인 대규모 박람회를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해외 전시회에서 보듯 한국에서 국제적인 전시회가 열린다면 관련 사업에서도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면 천문학적 관광수입도 부가적으로 올릴 수 있다. 비록 정부의 압박 논란과 준비 부족으로 기업들이 전시회 준비에 어려운 환경이지만 ‘CES 2019’를 한국으로 그대로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