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결국 ‘특검’에 자진 출석하나?

‘李특검’, 과학수사팀 투입 이어 압수수색 등 고강도 ‘역동적’ 수사

2008-01-18     최봉석 기자

DMC 특혜분양 의혹 사건부터 수사력 집중…관계자 소환 가능성 열려
‘참고인 동행명령제’ 위헌, 특검팀 ‘고민’ 깊어…MB ‘자발적 출석’ 관건
법조계 “혐의 드러나면 당선자 소환해야”, 특검 “실체적 진실 밝힐 것”
정치권 “특검 수사 결과 따라 국정 운영과 4월 총선 큰 영향 미칠 듯”

[매일일보닷컴] “승부를 걸겠다.” ‘정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당초 우려 섞인 전망과 달리, 이명박 당선자를 향한 특검의 수사가 활기를 띄고 있다. 삼성비자금 특검팀이 잇따른 압수수색을 통해 ‘역동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는 것과 사뭇 비슷한 분위기다.

특검 수사팀에 따르면 이 당선자의 여러 의혹을 수사 중인 정호영(60) 특별검사팀에 하드디스켓 분석과 복구 등을 담당할 대검찰청 과학수사 전문 수사관들이 최근 투입됐다. 그러더니 지난 18일엔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 특검팀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상암동 한독빌딩 내 한독산학협동단지 사무실, 학교법인 진명정진학원, 관련자 3명의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는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는 수준의 ‘형식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추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염두해 둔 조치로 풀이되고 있어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특검팀은 이른 시일 내에 서울시 본청과 산하 투자, 출연기관의 상암 DMC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BBK 연루 의혹 등을 수사 중인 특검 수사팀 등에 따르면 이들은 18일 오전 9시부터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틀 전인 16일엔 대검찰청 과학수사2담당관실 산하 디지털 전문 수사관 여러 명이 특검 수사팀에 합류했다.

이들은 향후 특검 수사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저장 장치의 내용을 분석하거나 지워진 기록을 복구하는 것은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더불어 국내 최고의 과학수사 기관으로 평가되는 대검 과학수사 부서와의 실무적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알려진 바로는 이들은 파견 검사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를 거쳤을 뿐 아니라 검찰 내 전문지식 동호회 중 하나인 ‘첨단범죄수사 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한 S검사의 지휘를 받게 된다. 한마디로 이명박 특검팀이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셈.

이에 따라 수사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암동 DMC 의혹 등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가 압수수색 이후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정치권을 비롯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이 이 당선자의 여러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특검팀은 △BBK 주가조작 및 다스의 실소유 의혹 △상암동 DMC (디지털미디어시티)특혜분양 의혹 사건 등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이미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특검팀은 이 중 검찰 수사가 상대적으로 덜 진행된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 사건부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특검의 초반 수사 포인트는 이 사건을 둘러싼 압수수색 이후 관계자 소환 등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검 역시 “압수물에 대한 정밀 분석을 벌인 뒤 조만간 서울시 관계자와 한독산학협력단지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특검은 사실상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이 사건에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상암동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에 감사자료를 요청했지만, 감사원은 ‘감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17일 제출 거부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상암동 DMC 의혹 등 서울시 행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고 특검팀은 앞서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바 있다. 서부지검은 고발인 조사와 서울시 자료확보 선까지 수사를 진행하다 이 사건이 특검법에 포함되자 사건을 넘긴 상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BBK 등을 이용한 주가조작’, ‘서울 도곡동 땅 및 (주)다스 실소유’ 의혹 등에 대해 약 한달 여에 걸쳐 집중 수사한 뒤 이 당선인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는데, 특검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건네받은 관련 기록들은 최소 몇 천 페이지에 달해 앞선 검찰 조사 단계에서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삼암동 DMC 의혹이란,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02년 12월 국내업체인 (주)한독산학협력단지가 외국 기업만 분양받을 수 있는 부지를 특혜 분양받고 외자유치를 빌미로 서울시 땅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DMC는 상암동 택지개발지구 17만 여평에 문화 콘텐츠 단지, IT(정보기술) 단지, 대규모 방송시설, 산학연구단지 등 최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었는데, 한독은 당초 외국기업 유치계획 등을 제시했으나 실제 5년이 지나도록 사업계획은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말께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 상암동 DMC 부지를 (주)한독산학협력단지에 특혜분양했다”며 서울시 공무원 5명과 한독 관계자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및 배임ㆍ횡령)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특검은 먼저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한독 관계자들을 소환, 서울시와 한독의 계약이 ‘특혜분양인지’ 여부를 규명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는데, 압수수색이 현실화됨에 따라 관련자 소환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고발인인 통합신당 측은 “서울시가 통장 잔고가 100원도 안 됐던 한독과 계약을 맺은 것 자체가 특혜분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당은 또 “한독은 6천억원의 분양 수입을 올렸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신당 측은 “특혜분양을 이 당선인이 몰랐을 리 없다”면서 “비자금의 일부도 이 당선자와 측근들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특검 수사의 ‘종착지’는 이 당선자의 연루 여부다.

그러나 특검이 ‘이 당선자가 연루됐다’는 핵심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 당선자를 소환하거나 계좌추적을 실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검팀은 이밖에 ‘검찰의 김경준씨 회유·협박’의혹과 관련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된 진정서와 조사자료를 넘겨받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변호인 측은 지난해 12월 “검사들이 김씨를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추궁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며 BBK 특별수사팀 검사들을 상대로 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김경준씨가 주장한 검찰 회유ㆍ협박설의 경우, BBK, 다스, 상암동 DMC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수사 내용과 방법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 사건에 인력을 집중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학근 특검보는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1팀을 BBK 사건, 2팀을 다스 사건, 3팀을 상암동 DMC 사건, 4팀을 검찰(회유 협박설) 수사팀으로 꾸렸다”면서 “팀별로 특검보 2명씩이 중복 지정됐다”고 말했다. 김 특검보는 이어 “1,2,3팀 수사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후 (4팀에) 검사를 배치할지, 다른 방법으로 수사할지 정할 것”이라고 말해 우선 이 당선자에 대한 의혹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임을 확인했다.

특검에 따르면 1팀은 문강배, 이건행 특검보가, 2팀은 김학근, 이상인 특검보가, 3팀은 김학근, 최철 특검보가, 4팀은 최철, 이건행 특검보가 각각 맡아 수사를 이끌게 되며 각 팀에는 파견 부장검사 1명씩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이명박 특별검사팀’이 이처럼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지만 수사 여건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사 대상이나 협조자, 소환 방식 등 수사의 골격을 이루는 제반사항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특검팀에 유리한 게 없기 때문이다.

먼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참고인 동행명령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점이 가장 큰 난관으로 보인다. 특검은 사실상 참고인들의 자발적 출석을 기대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도 참고인 출석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

이 당선자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조사를 해왔고, 관계된 사람도 조사를 받은 바 있다”며 특검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만일 이 당선자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다른 참고인들도 출석에 불응할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한 일. 특검팀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다.

사실 ‘참고인’이라고 해봐야 이 당선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BBK 전 대표 김경준(42)씨 뿐이라는 점도 수사에 착수한 특검팀을 답답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 특검팀의 모토가 검찰 수사결과를 180도 뒤집는 것이어야 하는데, 검찰 수사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이 당선자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특검팀에겐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에 따라 특검은 검찰과 적잖은 마찰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 후보를 부르지 않고 서면조사로 대신한 게 ‘봐주기’ 논란과 특검법 도입의 주요 원인이 됐던 점을 감안하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이 당선인 직접 조사 문제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검 측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어찌됐든 정치권과 국민은 ‘떠오르는 권력’인 이 당선자가 직접 수사 대상이라는 점과 특검의 수사 결과가 향후 국정 운영과 4월 총선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특검 수사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