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섹스 논란…'세컨드라이프' 한국상륙 초읽기

2009-01-23     양길모 기자
【서울=뉴시스】가입자 수 1000만 명을 넘으며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현실 사이트 '세컨드라이프' 한국어 서비스가 국내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 섹스'를 비롯한 가상현실 속 부정행위에 대한 안전장치가 허술해 부모의 주민번호를 이용, 성인사이트를 섭렵해 온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를 운영하는 미국 린든 랩사(社)는 국내 파트너인 티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오는 25일 한국어 사이트인 '세라(세컨드라이프의 준말)코리아'를 본격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세라코리아는 티엔터테인먼트가 린든랩의 차별화된 기술 및 서비스 지원을 받아 작년 11월30일부터 한국 이용자들을 위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3만여 명의 한국유저들이 이용 중이다. 사이버 세상을 모델로 하는 가상현실 사이트가 미국보다 2년 먼저 한국에서 나온 바 있다. 2000년에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개념으로 시작된 '다다월드'는 ㈜다른세상다른생각이 개발한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다. 다다월드는 IT 버블 붕괴 및 너무 앞서간 서비스라는 이유로 순식간에 유저들에게 관심을 잃었지만 세컨드라이프는 3차원 그래픽을 활용해 현실 세계를 거의 비슷하게 구현해 유저들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를 통해 3D로 현실과 유사하게 꾸며진 세상을 다니면서 실제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결혼, 이민, 수업 등이 가능하고, 건물이나 토지거래도 할 수 있다. 물론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사이버 섹스'라고요?" 이처럼 현실과 유사한 조건들로 인해 실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가상현실에서 벌어지는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제지나 대책이 전혀 없어 사회 문제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세컨드라이프 유저인 취업준비생 채모씨(29)는 "세컨드 라이프에는 자신의 상상력 외엔 그 어떤 제한도 없다"라며 "평소에 상상하던 인물을 창조하고 그 인물로 살아가며 현실에서 내가 미처 이루지 못했던 꿈을 실현시키는 환상적인 세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날의 칼'과도 같은 세컨드라이프의 장단점을 두고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현금 호환성을 갖춘 린든 달러(사이버머니)·사이버 섹스·카지노 등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사람들은 '사이버 섹스'를 꼽는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 할 수 있다는 컨셉에 착안, 세컨드라이프 측은 가상공간에서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이용자들은 각각의 포즈볼을 이용, 특정 자세를 취해 성행위 묘사가 가능하다. 이 모습은 매우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세컨드라이프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작고 귀여운 아바타 대신 실제 인간의 모습을 가진 아바타를 지향한다. 이러다 보니 현실과 유사한 '사이버 섹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용자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이버 섹스에 대한 세라코리아 측의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데 있다. 본격 서비스에 앞서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세라코리아 측은 청소년 이용자를 배려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티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세컨드라이프 한국서비스는 성인 인증을 통해 청소년들의 이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기존 성인 온라인 게임처럼 청소년이 부모나 도용한 주민번호를 사용해 성인 인증을 거쳤을 경우 접근을 차단할 수 없는 문제가 드러난다. 많은 청소년들은 이미 부모의, 혹은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성인용 오락물을 즐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이 가상현실을 체험하며 현실과 혼동을 일으키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위험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된다. ◇전문가들 부정적 기능 우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성인들도 무분별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가상공간에서 청소년들은 더욱 더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기 힘들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들은 이성적 판단이나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이버세계에서의 생활이 중심이 된다면 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정신세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가장 심각한 점은 이것이 현실 세계의 부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세컨드라이프가 가져올 부정적 기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규제 방안조차 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 김성벽 매체환경팀장은 "세컨드라이프 한국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행되면 아무래도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세컨드라이프를 커뮤니티로 보아야 할 지 온라인 게임으로 봐야 할 지 아직 그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정부 차원에서 제재할 법률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서비스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이를 미리 규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케이스가 나오지 않는 한 직접적인 제재는 하기 어렵다"며 지금으로선 이용자 중심 차원에서 규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역기능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정부가 이용자 스스로 절제하는 것을 당부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는 해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도기적 과정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러한 역기능들이 가상공간 그 자체를 부정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끊임없는 개발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양길모기자 dios10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