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회동…갈등 봉합? 글쎄~
박 전 대표 최후의 선택 '탈당' 가능성 여전... 한나라당, 일촉즉발 긴장감
2008-01-23 정치부
양측 무슨 대화 주고 받았기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3일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과 관련, "당에서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공정하게 마땅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말씀이 있었고 저도 전적으로 동감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탈당 가능성은?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역시나 친박계의 탈당설, 분당설이 불거지고 있는터라 박 전 대표의 실제 탈당 가능성이다.이명박 당선인이 총선 공천은 당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고, 강재섭 대표도 친이계, 친박계 구분 없이 최대한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당내 계파 갈등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 특히 공천의 주도권을 쥔 강 대표가 '영남권 40% 물갈이'를 주장한 핵심 친이계인 이방호 사무총장의 공심위 참여를 기정사실화하자 친박계에서는 "이러다 앉아서 모두 죽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친박계의 분당 시나리오는 경선이 끝난 지난해 8월부터 여의도 정가에서 끊임없이 거론돼 왔다. 특히 경선 직후 당직자 인선, 사무처 발령 등 당내 인사에서 친박계가 배제됐을 때는 박 전 대표가 "나를 도운 사람이 죄인인가요"라고 섭섭함을 표해, '영남신당'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대선 직후부터는 친이계 일부에서 총선에서 친이계 중심으로 공천이 이뤄져야 이명박 정부가 안정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물갈이론' '개혁드라이브론' 등이 나오기 시작했고,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만 당에 남겨두고 수족을 잘라내 고사시켜야 한다는 말이 돌기까지 했다 박 전 대표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칭한 이명박 당선인은 대선 당선 이후 박근혜 전 대표를 총리직 '0순위'로 두고 비공식적으로 박 전 대표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초대총리'라는 카드를 받기는 어려웠으리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초대총리카드를 수락할 경우 4월 치러질 18대 총선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이런 와중에 박 전 대표의 수족인 측근들이 대거 '물갈이'되면 총리직을 끝낸 후 박 전 대표의 당내 기반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선 중 자신을 도우며 고생했던 의원들이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총선에서 배제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중심으로 창당을 준비 중인 자유신당(가칭)은 대선 전부터 끊임없이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왔고, 최근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졌을 때는 이 전 총재가 "우리는 문을 활짝 열고, 뜻을 같이 하고, 같이 갈 분들을 모두 모이라고 선언할 것"이라고 친박계에게 간접적인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친박계와 자유신당이 힘을 합할 경우 '이회창+박근혜'라는 브랜드로 총선을 치르게 되며, 이럴 경우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길 가능성도 있다. 또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가 모두 탈당할 경우 한나라당은 과반의석을 얻는데 실패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럴 경우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박 전 대표가 탈당을 쉽사리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친박계는 '탈당설'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가 최대주주인데 왜 나가나"라며 탈당을 부인해왔다. 박 전 대표도 당 대표를 그만둔 2006년 6월 이후 당내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떻게 살려낸 당인데…"라는 말을 해 당을 살려낸 주역으로서 당에 깊은 애정이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 2004년 탄핵 역풍과 차떼기 사건 등으로 한나라당이 침몰 위기에 놓였을 때 박 전 대표는 당을 천막당사로 옮기고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며 당을 살려냈고, 한나라당과 함께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9석의 미니정당으로 전락했음에도 한나라당은 결국 121석을 지켜냈다. 이명박 당선인이 사실상 한나라당에 거의 관여하지 않아왔음을 고려하면, 친박계가 친이계에 의해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일인 셈이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쉽사리 탈당하지 못하는데는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다. 박 전 대표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안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으며,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밀어달라"며 선거운동을 해놓고 지금 와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것에 대한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 과거 이회창 전 총재와의 갈등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전력이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한나라당에서 다시 탈당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친박계 의원들이 18대 총선의 공천을 앞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내 공천이 확실시되는 일부 친박계 인사의 경우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보장된 자리를 두고 탈당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이 당선인이 자신을 고사(枯萎)시키려 한다는 확신이 생길 경우 박 전 대표가 최후의 선택으로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한나라당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