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서 트럼프 결단하면 올여름 개성공단 재개될 것"
개성공단 기업인들 “재개돼도 기력 없어” 정부 지원 요청
2020-02-11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폐쇄된 지 3년이 지난 개성공단이 다시 열릴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린다면 개성공단이 올 여름 재개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전망했다. 여야 정치인들은 대북제재 완화의 첫 조치로 개성공단 재개가 우선순위라고 입을 모았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재개 이후 정부의 지원책도 중요하다고 호소했다.11일 개성공단기업협회와 심재권 한반도비핵화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실장은 올해 개성공단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가장 유망하다고 보는 건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한다고 약속하고 비핵화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미국이) 남북경협에 대해 제재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올 여름쯤 (개성공단 재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현재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미국도 상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에 협상하고 있다"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영변 핵시설 정도를 폐기하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줄 것이다. 2차 정상회담을 봐야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은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유엔안보리와 미국의 독자 제재가 강화하면서 다시 문을 여는 데 여러 제약 상황에 놓여 있다. 우선 2017년 9월 채택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는 북한의 섬유 수출을 금지하고 금융제재를 강화해 북한과의 합작체 설립·유지·운영을 전면 금지했다. 유엔 안보리 마지막 결의안인 2397호는 북한의 기계류나 전자기기의 수출이 금지됐고 각종 금속류를 북한으로 반입하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2018년 8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독자제재인 '적국에 대한 제재법'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가 생산한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고 북한의 '강제 노역'을 고용한 기업을 제재대상자로 지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홍 실장은 이 같은 대북제재가 북한이 상당한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결단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2016년 발효된 '북한 제재와 정책강화법'에 따르면 북한은 △미 화폐 위조 활동 중단 △돈 세탁 활동 중단 △유엔안보리 결의 준수 검증 △불법 억류 외국인 송환 △인도적 지원 분배와 감독 △북한 정치범수용소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검증된 조치에 진전을 보일 경우 트럼드 대통령이 북한 관련 제재를 최대 1년까지 유예할 수 있다.개성공단 재개 전망에 정치인들도 기대를 보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개성공단이 열리는 건 당연하고 이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 유럽 전세계에 수출하는 과거와는 또 다른 시대가 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한미FTA 협상 당시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원산지 표기를 '대한민국'으로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 비핵화, 평화문제가 진전되면 가장 먼저 논의할 것은 개성공단이고 개성공단 관련된 한미 FTA 합의 사항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대북제재 해제 첫 번째 순서가 개성공단 해제가 돼야 하지 않겠나"며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경제협력은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조치에 아쉬움을 표하며 적극적인 지원책을 요청했다. 정기섭 개성공단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정부는 개성공단 시설을 점검하는 것조차 미국의 눈치를 못하게 한다 얼마나 한심한 현실인가"라며 "정부의 존재 의미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기업 역시 더 늦기 전에 이해당사자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에 얘기하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유창근 재가동 TF단장도 "지난해 희망고문을 받았는데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희망고문의 끝자락"이라고 했다. 이어 "개성공단이 재개하더라도 기업인들이 기력이 다 떨어져 열어줘도 문제"라며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은행이자도 대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미래보다도 현실에 대한 문제가 더 절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