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인수위 '대격돌' 이뤄지나

"트집 잡지말라" 인수위, 노 대통령에 '옐로카드'

2008-01-23     정치부
【매일일보닷컴】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2일 차기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간 격돌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인수위는 23일 "트집을 잡거나 발목을 잡는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도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비난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는 정치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국민들은 뒷 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을 보고 싶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기 한달 밖에 남지 않은 노 대통령이 차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일종의 옐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수를 두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민이 압도적 다수로 지지한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발까지 묶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가 하는 일에 대통령이 간섭하는 것은 심의권과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물러가는 대통령이 간섭하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청와대의 신중한 자세를 요구하는 등 한발 비켜선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손 대표는 한나라당과 인수위를 겨냥해서도 "28일까지 정부조직법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국회 의결을 해달라는 것은 오만과 독선"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신당이 노 대통령의 정부조직개편안 거부권 시사 발언에 대해 '적절치 못하다'는 해석을 내림에 따라 노 대통령의 발언이 국회에 제출된 45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정책 근간이 송두리째 뽑힐 것을 염려하는 노 대통령과 정부조직개편을 필두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인수위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靑 "손 대표, 정치지도자 자세 갖췄는지 의문"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조직개편안 거부권 시사 발언을 비판한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향해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논리와 다를바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천호선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손 대표의 발언이)인수위의 정부개편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한 이야기인지 의심스럽다"며 이같이 따졌다. 천 대변인은 "인수위 개편안에 대한 손 대표의 철학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은 뒤 '물러나는 대통령이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손 대표의 발언을 지목하고 "몇몇 언론의 논조를 따라가는 태도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세를 갖춘 것인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천 대변인은 이어 "오늘 최고위원회의 발언록을 보면 어떤 철학을 갖고 개편안에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면서 "조선일보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거듭 비판했다.

신당, "청와대, 원색 비난 사과해야"  
 
이와 관련 대통합민주신당은 손학규 대표와 관련 정치지도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천호선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에 대해 23일 사과를 요구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손 대표가 지적한 것은 인수위 조직개편안이 옳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회의 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며 "청와대가 마치 손 대표가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개편안을 찬성한 것처럼 정체성까지 문제 삼은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왜곡으로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손 대표는 정부조직법의 문제에 대해 그동안 조목조목 비판해왔고, 이에 대한 대안을 거당적으로 준비해왔다"며 "오늘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향하여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것에 대해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