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MB정부 법무장관 or 국회의장設 진실은?
‘잎새의 변색이 시작됐나…’한나라와 조 의원 사이에 ‘정치적 뒷거래’ 의혹도…
조순형 “한나라당 입당 검토 중”
민주당 “철새임을 스스로 자초해”
인수위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가기는 그렇고 당이 있어야 의미도 있고, 실질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입당을 검토 중이다. 이달 말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
조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지역구에서도 서둘러 당을 결정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측근들은 한나라당의 입당을 권유하고 있는 상태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이념과 노선이 비슷한 쪽으로 진로를 선택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정치권 소식통에 의하면 조 의원은 현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과 옛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추진 중인 자유신당(가칭)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신당에는 애시당초 합류하지 않을 것이고, 지난해 11월께 ‘한번 등을 돌린’ 민주당에도 컴백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
‘민주당의 얼굴’로 여겨졌던 조순형 의원에 대한 영입의사는 한나라당이 먼저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측에서 조 의원에 대한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하면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조 의원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해 한나라당 입당을 요청했고, 이 당선자의 소위 ‘6인 회의 멤버’인 최시중 고문과 이상득 의원 등도 조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입당을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 역시 “한나라당 쪽에서 그런 이야기, 입당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민주당으로 복당하거나, 자유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의 이 같은 ‘폭탄(?) 발언’ 뒤 정치권은 그의 ‘한나라당 입당설’의 진위여부와 배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反한나라당 전선’에서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고 끊임없이 정치적 행보를 고민해왔던 조 의원의 선택이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고 이는 사실상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
물론 조 의원이 지난 2004년 3월 민주당 대표로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을 주도했을 때부터 정치권 일각에서 ‘잎새의 변색이 천천히 시작됐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어찌됐든 그의 이번 한나라당 행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까지 했던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 범여권의 4월 총선 승리 전망이 너무나 어둡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까닭에, 정계입문 이후 줄곧 범여권에서 활동해온 조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조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소신’을 버리고 ‘철새’라는 비난에도 불구, 정치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현실’을 택할 것이라는 것.
조 의원의 다소 당황스런 행보를 두고 여의도 정가에선 ‘다양한 設’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設과 국회의장 밀약設이 바로 그 것. 심지어 한나라당과 조 의원 사이에 이른바 ‘정치적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평화방송은 지난 22일 이명박 당선자 측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한나라당 입당이 예정된 조 의원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위해 (이명박 당선자 측이) 내부적으로 인사와 관련한 여러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당선인 측은 이와 관련 “이명박 새 정부하의 정부직과 국회직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면서 “조순형 의원에게 법무장관 자리를 맡길지 아니면 국회의장 자리를 맡길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당 시기와 관련해선 “이르면 내주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순형 의원이 입당할 때 민주당 내 신민주포럼 소속의 전현직 국회의원과 최고위원 그리고 원외위원장 등 약 100여명이 집단으로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 측 “종합적 검토 중”
구체적으론 손봉숙, 이승희 등 비례대표 의원들과 김경재, 김영환 전 의원 등 선거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당직자 출신들이 조 의원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정작 인수위 측은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22일 언론을 통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면서 “총리도 내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할 수도 없는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당선자가 그동안 자신과 ‘뜻이 통하는’ 측근을 중심으로 다소 무리한 ‘코드 인사’를 해왔던 점을 들어 검증되지 않은 조순형 의원을 ‘파격 인사’ 차원에서, 이유 불문하고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발끈’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불쾌한 반응마저 내비치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조순형 전 대표와 이명박 당선자의 만남이 추진하고 민주당 인사들이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처럼 하더니 결국은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된 뒤 입당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순형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할 경우 2004년 탄핵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역풍’에 휘말려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던 것처럼, 이번에 한나라당으로 둥지를 옮길 경우 지지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