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나트륨 과다 섭취가 부르는 질환
[매일일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2015년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고량 2000㎎ (소금 5g) 의 약 2배 수준인 3890mg이다.
연령·소득·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모든 군에서 목표섭취량 기준을 초과하는 양을 섭취하는 것이다.
특히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거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하루에 5000~6000mg까지도 나트륨을 과다 섭취한다. 나트륨 과잉섭취와 관련된 4대 만성질환(고혈압·고혈압으로 인한 심장병·만성 신장병·뇌경색) 진료비는 전체의 15.1%나 차지하며, 환자 수도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염분의 주성분인 나트륨(40%)은 세포외액의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삼투압을 결정해 혈액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과잉 섭취하면 혈관 내 삼투압이 상승하면서 혈액량이 증가해 혈관이 팽창하고 혈관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혈압 상승 및 고혈압 발생에 기여하게 된다. 고혈압은 혈관벽의 장력을 증가시키고 손상된 혈관조직 재생 과정을 변형시켜 심장 혈관 및 뇌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함으로써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고혈압은 신장병 발병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은 나트륨과 수분의 양을 조절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특히 혈압조절에 가장 중요한 장기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전신 혈압이 높아져 신장의 사구체 및 주변 혈관들에 높은 압력이 전해져 사구체와 혈관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허혈성 손상이 지속되면 만성 신장병으로 진행하게 된다. 만성 신장병이 되면 염분의 배설이 감소해 염분이 축적되고 레닌 및 안지오텐신 호르몬 증가로 인해 고혈압을 더욱 악화시키게 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게 된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뼈의 건강과도 밀접하다. 염분 섭취가 많아지면 신장에서 소변으로 나트륨 배설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나트륨이 배출될 때 칼슘이 함께 배출돼 혈액 내 부족한 칼슘 보충을 위해 뼈 속의 칼슘을 배출시켜 골감소증,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성장장애나 골절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소변에서 증가된 칼슘 배설로 인해 그 칼슘이 돌을 만들기 쉬워 요로결석이 잘 생긴다.
염분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 발병 위험도를 2∼5배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할 경우 나트륨이 위의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촉진해 위염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위산이 감소돼 H. pylori 세균 침입이 수월해지면 위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
국제 건강 관련 단체인 ‘소금과 건강을 위한 세계건강(WASH)’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짜게 먹을 경우 비만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짠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탄산음료나 주스 등 단맛 음료의 섭취량이 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의 효과도 떨어뜨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해 과체중·비만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두통 발생, 면역기능 이상, 자가면역 질환 (다발성 경화증) 발생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한 식사법을 알아보자.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소금에 직접 절이지 말고 소금물에 절이는 것도 김치의 염분 함량을 줄일 수 있다. 또 식탁 위에 야채를 김치처럼 늘 올려두고 야채에 쌈장이나 소스를 약간만 찍어 먹으면 김치를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국이나 찌개는 먹는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물은 고염분 음식이므로 가급적 찌개보다는 국으로, 국보다는 숭늉으로 먹는 게 좋다. 국그릇을 절반 크기로 줄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또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은 버리고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될 수 있으면 손대지 않는다. 국과 찌개의 경우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기보다 멸치·양파·다시마·새우·표고버섯 등을 우려낸 국물로 만드는 것도 좋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소금·간장·된장·고추장·쌈장 등의 양념류와 화학조미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대신 식초·설탕·고춧가루·후추·겨자·고추냉이·파·마늘·생강 등을 활용한다.
염분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허용된 양의 염분을 한 가지 음식에만 넣어 조리하는 방법도 있다. 모두 싱거워 식사하기 힘들 때 한 가지 음식만 제대로 간을 해서 섭취하는 방법이다. 유사한 방법으로는 양념장을 만들어 두었다가 식사 때마다 간하지 않은 음식을 양념장을 찍어 먹는 방법도 있다.
또 칼륨은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바나나·감자·아보카도·키위·메론·수박·토마토·시금치 등 칼륨이 많은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하루 한 번이라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신장이 안 좋은 환자는 칼륨이 함량이 높은 과일과 야채 등을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