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옛 국가권력 불법행위 공식 사과
2008-01-24 권대경 기자
【서울=뉴시스】노무현 대통령이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국가 권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4일 오후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울산 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메시지를 보내 "58년 전 국민보도연맹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좌우 대립의 혼란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도연맹에 가입됐고, 6.25전쟁의 와중에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며 "그리고 그 유가족들은 연좌제의 굴레에서 고통받으며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수십 년을 지내야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국가 권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지난날 국가 권력의 잘못으로 희생되거나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머리를 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라면서 "과거사 정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과거사정리는)진실을 밝혀 억울한 분들의 맺힌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해 진정한 화해를 이루자는 것"이라면서 "훼손된 국가 권력의 도덕성과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나아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직도 의혹이 있는 사건이 있다면 그 진실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이미 밝혀진 일들에 대해서는 명예훼복, 사과와 화해, 추도사업, 재발방지 대책과 같은 후속 조치들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노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주문했다.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1950년 8월경 국군 육군본부 정보국 소속 울산지구 CIC와 울산 경찰서에 의해 울산지역 국민보도연맹원 등 예비검속자들이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이후 유족들은 1960년 4.19이후 관련 유족회 중심으로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으나, 5.16 쿠데타 세력에 의해 유족회 간부가 구속되고 합동묘가 해체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러다 2005년 12월8일 유족 김정호(현 유족회 회장)외 218명이 진실화해위원회에 1950년 7~8월경 울산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우산 보도연맹원들을 연행해 구금·학살했다며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이에 진실화해위원회는 2007년 11월27일 당시 예비검속자 870여명이 희생됐으며, 신원이 확인된 자는 407명임을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또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 및 유가족에 대한 원호사원 지원, 호적 정정 등을 통한 명예회복과 역사기록의 수정, 평화인권교육강화, 관련 법률 정비 등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안병욱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과 박명재 행정자치부장관, 차성수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강길부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영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춘성 울산지방경찰청장, 최용림 육군 제53보병사단장 등이 참석했다. 권대경기자 kwond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