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손학규號

손학규 노선은 ‘盧선이탈’…범여권 자중지란 속 ‘마술’과 같은 신당 총선승리 가능성은 ‘글쎄요~’

2008-01-25     최봉석 기자

총선승리 전략 △민주당과 통합, 지지층 복원 △공천 대혁명
호남지역 현역의원들 반발기류 심해…통합 시너지효과 회의론
10%대 턱없이 낮은 지지도, 신진인사 영입 좀처럼 쉽지 않아
녹록치 않은 정치권 환경, 反한나라당 전선 구축 사실상 실패

[매일일보닷컴]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구원투수’겪인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의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미 신당 내에선 ‘마술과 같은 총선승리’를 기대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신당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전멸’을 의미하는 다소 심각한 수치들이 나오고 있다.

현 상황은 호남을 제외한 전국 어느 곳에서도 단 한 석의 의석 확보조차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총선에서 ‘기사회생’을 해야 하는 신당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정체성 논란 등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 우여곡절 끝에 손학규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선 패배의 주 원인이 노무현 대통령과 무능력한 참여정부 때문이었다는 자체 분석 속에서, 이와 정반대의 색깔을 띠고 있는 손 대표를 당의 선장으로 발탁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셈. 이런 까닭에 손학규 대표는 “지금은 표를 달라고 하지 않겠다”면서 “낡은 과거와 단호하게 결별하고 다시 태어나겠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24일 KBS1 TV 정당 정강정책 연설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일자리 걱정, 교육, 노후, 주택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해 드리지 못하고 말만 시끄러워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면서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신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정말 따끔한 회초리를 맞았다. 아쉽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지만 당연히 맞을 매”라면서 “국민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뼈를 깎는 마음으로 스스로 변화시키고 단련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먼저 우리 자신부터 바꾸고 나서 평가해 달라고 하겠다”면서 “사람과 시스템을 모두 쇄신한 뒤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모셔서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누가 나에게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일자리’라고 답할 것”이라며 “새로운 진보는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막연한 몽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고 피부에 와 닿는 생활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우리는 국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라면 이명박 신정부에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동시에 안되는 일은 분명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 정치사상 가장 협력적인 야당이고 동시에 가장 단호한 야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한 평가는 양분됐다. 청와대는 손학규 대표를 향해 “손 대표의 발언을 보면 (입장이)명료하지 않다”면서 “정치지도자로서 자세를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손 대표를 향해 “50년 전통야당의 계승자”라고 치켜세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전 서울 김대중 도서관에서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손학규 대표는 50년 전통야당의 계승자라는 자부심을 가져달라”면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표로 선출된 만큼 자부심을 갖고 이 세력을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전화위복 가능할까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극우 보수의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도 찬성했다”면서 “손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한데 대해 당원과 국민이 평가해서 압도적으로 표를 밀어준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하는 등 손 대표에게 힘을 더했다.이처럼 ‘전화위복’ ‘환골탈퇴’를 노리는 손 대표의 총선 승리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한 전통적 지지층 복원과 △공천혁명을 통한 외부인사 영입이 바로 그 것.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뜻이다.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총선 승리를 위한 첫 번째 과제다.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을 언급했고, 나아가 ‘설 이전 통합’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다. 일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손 대표에게 “통합 문제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압박 중이지만 손 대표 역시 통합 쪽으로 뜻을 굽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를 증명하듯 대통합민주신당 신계륜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민주당과의 통합 시기와 관련해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갈 수만 있다면 설 이전이나 그보다 더 이전이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대선 직전 ‘지분다툼’으로 통합에 실패했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의식, 향후 총선에선 국민의 무서운 질책을 다신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총장은 민주당과의 협상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문제는 역시나 호남공천이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호남 현역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이런 까닭에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내 한 인사는 “호남지역 신당 현역의원들의 반발 기류가 심하다”고 전했다. 일부 호남 의원들이 공천 탈락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전선에서 열심히 싸우겠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신진 인사 영입, 간판급 인사 전진 배치 등의 문제도 좀처럼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낮은 지지도 때문이다. 또 다른 당내 한 인사는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정서에는 동감하지만 이를 위해 ‘새피’를 수혈해야 하는데 물갈이가 좀처럼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인사들은 10% 안팎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입당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록치 않은 정치환경

주변의 정치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다. 거대권력으로 급부상 중인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다가올 총선에서 반(反)한나라당 전선이 필수적이지만, 정치권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모양새다.과거 새천년민주당 소장개혁파 출신의 전ㆍ현직 의원들은 지난 23일 저녁 모임을 갖고 ‘민주개혁정치를 재건하는 작은 공동체’ 가칭 ‘새물결’을 결성했다. 이른바 ‘제3지대’에는 신당의 김태홍 정장선 의원도 조만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같은 별도의 모임을 통해 민주개혁진영 복원 모색에 나섰다. 김성호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은 태생 자체가 정치철새들의 집합체로 현재는 보수정당 이외에는 민주개혁세력의 정당 자체가 소멸했다”며 “그래서 민주개혁세력의 재건모임을 하자는 취지로 모여서 ‘새물결’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선 뒤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지난 대선에서 ‘대통합’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창조한국당 역시 여전히 ‘대통합’에 고개를 젓고 있는 실정이다. 창조한국당은 오히려 ‘분열’ 위기 속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창조한국당 내 한 관계자는 “창당 3개월 만에 이탈자가 급속히 늘어나며 와해될 조짐”이라고 진단했다.손학규 체제에 반발, 독자세력화를 위해 탈당한 이해찬, 유시민 등 이른바 ‘친노진영’의 세력화도 통합의 걸림돌이다. 두 의원의 뒤를 이어 친노파 소속인 다른 의원들까지 추가 탈당에 동참할 경우 손학규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신당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총선에서 한나라당 승리는 기정사실화 돼 있다. 공천갈등으로 ‘분당’ 위기까지 치달았던 한나라당은 이명박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이후 화합의 분위기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등 범여권은 각개전투 속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자신들만의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지난 25일 CBS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은 58.9%로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11.6%을 기록, ‘손학규 체제’가 뚜렷한 각인을 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갈 길 바쁜 손학규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