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광주형 일자리’ 비즈니스 모델 안착이 성패 관건

2020-02-14     송병형 기자
노사 양보로 위기를 극복한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AUTO) 5000’을 벤치마킹한 사업 모델이 제시된 지 4년 7개월 만에 ‘광주형 일자리’ 가 지난 1월 타결 됐다. 이로써 1998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이후 무려 22년 만에 한국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는 길이 열렸다.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하여 광주공장을 건설하여 연봉 3500만원, 주 44시간 노동시간을 핵심으로 하는 기존 자동차 업계의 절반 수준 정도 되는 임금으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이 신설 공장에 생산 물량을 위탁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광주형 일자리는 노사상생과 지역 일자리 창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범사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합의는 자동차 산업 환경 악화로 해외로 빠져나가기만 하던 일자리를 국내로 돌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 나아가 해외로 빠져나간 다른 업종·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는 획기적인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평균 연봉이 9000만원을 넘는 국내 완성차업계의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해소와 강성노조가 주도해 온 자동차 업계에 노사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하지만 진통 속에 첫 단추는 끼웠으나, 아직 넘어야할 산이 높다. 원칙과 명분은 좋지만 우리나라의 노동운동 현실과 관행을 볼 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먼저 공장이 들어서기까지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권을 무시한 저질 일자리”라고 폄하하고 “자동차산업에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장이 들어선 후에도 걱정이다. 강성노조가 설립돼 임단협 유예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임금을 올려달라면서 파업이라도 하게 되면 대응할 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앞으로 풀어가야 할 자본금 유치와 독립경영 보장, 생산물량 확보 문제 등도 보통 난제가 아니다. 공장 건립에 700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내는 자금은 각각 590억원, 530억원 뿐이다. 나머지 자기자본금 1680억원과 운영자금 4200억원은 외부에서 수혈해야하는데 주로 국책은행의 자금이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광주형 일자리가 세금형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 나오고 있다.광주 공장은 지자체인 광주광역시가 주인이다. 광주광역시가 21% 지분을 지닌 최대주주로 경영 책임을 맡고, 자본금 530억원을 투자하는 현대자동차는 2대주주로 자동차를 위탁생산만 할 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법인은 공기업과 성격이 흡사해 정치권 등 외부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해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이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은 매우 크다. 인건비 절감으로 제조업 생산시설의 국내 유지와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는 이 사업은 노사민정 대타협의 성과라는 상징성을 넘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시키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 우려되는 갖가지 문제점을 노사 양측이 양보와 타협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는 국내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재앙에 가까운 고용부진을 타개하는 새로운 모형으로 자리 잡는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