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구본준 부회장, 가는 곳마다 ‘삐거덕’
실적 부진 책임지고 LPL 떠나 LG상사 갔는데…최근 LG상사 최악 실적, 주가 하락까지
2008-01-25 권민경 기자
구 부회장 떠난 LPL은 사상 최대 실적 올려 대조
[매일일보닷컴]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가는 곳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 인사에서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LG필립스LCD(이하 LPL)를 떠나 LG상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LG상사 역시 실적부진과 주가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발표된 LG상사 실적에 대해 증권가는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LG그룹 전체 계열사 가운데 주가 상승률 꼴찌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구 부회장이 떠난 LPL은 권영수 사장의 실리 경영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려, 구 부회장 당시 상황과 더욱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발표된 LG상사 4/4 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무려 88.3%가 감소한 19억원, 매출액은 1조3천468억원으로 14.6% 늘었지만, 순이익은 16.4% 줄어든 102억원에 머물렀다.지난해 전체를 놓고 봤을때도 매출액은 5조3610억원으로 전년보다 5.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4억원으로 31.6% 감소했고 순이익은 488억원으로 23.1% 줄었다. 예상보다 심각한 LG상사 실적이 나오자 증권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대신증권은 “LG상사는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눈높이가 한참 낮아져 있었다”며 “이를 감안해도 4분기 실적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CJ투자증권 역시 “4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이었다”면서 “단기적인 시장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시장에서는 LG상사 4분기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이유에 대해 3분기에 이어 비철금속 부문이 이익을 내지 못했고 인건비, 광고판촉비 및 마케팅 비용, 물류비가 증가하면서 판관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구 부회장 체제 뒤 LG 상사 ‘어닝 쇼크’
구 부회장은 지난해 초 LPL을 떠나 LG상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LPL의 실적악화가 계속되자 구본무 회장은 ‘인화’를 강조하던 LG의 전통을 깨고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동생 구 부회장을 LG상사로 이동시켰다. 대신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인 권영수 사장을 LPL의 새 수장으로 발탁했다. LG안팎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실상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오너 일가라 해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구 부회장이 물러나고 권 사장이 LPL에 전격 투입된 후, LPL의 실적은 눈부신 변화를 거듭하며 지난 4/4분기에는 매출 4조3천220억원, 영업이익 8천69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 2006년 매출 10조6천240억원, 영업손실 마이너스 8천790억원의 상황에서 2007년 매출 14조3천520억원, 영업이익 1조5천40억원을 올리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반면 LPL을 떠나 LG상사에 새 둥지를 튼 구 부회장은 LPL 실적 부진에 대한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이다.LG그룹 계열사 중 주가상승률 꼴찌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LG 상사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상사는 올해 시초가 2만2천650원으로 시작해 지난 24일 현재 1만6천700원까지 급락, LG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가상승률에 비춰봤을 때 꼴찌에 머물렀다. 지주회사인 (주)LG와 LG화학, LG전자, LPL등이 지주사테마 동반상승효과와 실적개선 효과 등으로 올 한해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것과 대조되는 상황.구 부회장 체제 뒤 이처럼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진 LG상사가 올 한해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이중고를 해결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이 높다.LG상사는 일단 카메라, 상용차, 헬기 등 수입유통 사업과 친환경·재생에너지 등의 신사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자원 개발과 플랜트 수출 등을 통해 2~3년 내로 수입유통과 자원개발 전문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사업이 결실을 맺어 올 한해는 영업이익 1천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구 부회장은 올해 초 “LG상사가 앞으로 그룹의 첨병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자원 개발 투자와 플랜트 수출 등을 통해 앞으로 연 2000억 원 규모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LG상사의 전망에 대해 우려 반 기대 반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비용절감 효과로 기존 무역과 내수유통 사업부문의 완만한 이익회복이 가능하고 하반기부터는 플랜트 자원개발 부문에서 신규개발광고의 가동에 의한 이익개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쉽지 않고, 실제 이익창출로 이어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지적도 높다. 증권가 역시 그동안 주가 상승 기대감을 높여왔던 자원개발광구의 적극적인 주식가치 평가 반영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