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겁 없는 도전장 성공 확률은?
미분양 한파 속 올해 최대 규모 분양 계획...해외사업 부진 씻고 30억불 이상 수주 예정
2008-01-25 권민경 기자
업계 “브랜드 믿고 대규모 공급, 지나친 무리수”
대우 “미분양 일시적, 하반기 해소, 분양 문제없어”
[매일일보닷컴]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분양 물량을 계획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에만 28곳 사업장에 총 1만6천여 세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1만여 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 전국 미분양이 IMF이후 최대치인 11만 가구에 달해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부문보다 해외사업에 눈을 돌리는 상황에 대우건설의 이런 행보는 유난히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과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분양 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자칫 브랜드 선호도만을 믿고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우건설은 국내주택사업 부문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해외건설 분야에서는 경쟁 건설사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특히 지난해 주력 해외 사업지였던 나이지리아에서의 공사 지연 등으로 해외 수주 실적에서는 10위권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11만 가구를 넘고, 이들 미분양 주택에 잠긴 돈만 30~32조원으로 추정돼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올 해 전망 역시 그다지 밝지 못하다. 건설협회는 지난 24일 “최근 주택시장 현황은 미분양 증가로 인해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도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주택시장 부양책을 강구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지난 23일 최종수 건설협회 상근 부회장은 “올 한해 건설 수주액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주택부문이 심각하게 위축돼 건설경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될 것”이라며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20만 가구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분양 한파로 인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이처럼 확대되면서 많은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공급보다는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실제로 GS건설은 국내 시장보다 해외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톱 10’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삼성건설 또한 올해는 두바이 등 기존 사업처 에서 수주를 늘리고, 2010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SK건설은 올 해 초 베트남 하노이에 지사를 설립해 이를 거점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최대 실적 자신감 업고 대규모 물량 공급
이런 가운데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의 대우건설은 국내 주택사업 부문에 보다 많은 중점을 두고, 국내 건설사 중 최대 규모의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재건축· 재개발 비중을 늘리면서 일반 분양 물량이 20% 정도 줄었다고는 하지만, 올해 일반 분양 물량만을 따져도 1만 여 가구에 달한다. 물론 지난해 대우건설은 신규수주실적 10조원, 매출 6조원 돌파, 영업이익 5천609억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역시 국내 주택시장에서 대규모 공급 물량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소업체 뿐만이 아니라 대형건설사들도 미분양 한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에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미분양 물량이 분양시작 후 3개월 기준으로 5천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부산, 대구 등에서는 미분양이 90%를 넘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측은 지난 2~3년 시장의 상황이 지나치게 좋았던 것일 뿐 현재의 미분양 사태가 그다지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 대우건설이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분양을 해왔기 때문에, 일정 부분 미분양 물량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많다고 하지만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대우건설은 울산, 진주 등 분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방 기업도시를 중심으로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지난 수년간 세밀한 지역조사를 통해 좋은 분양성적을 올려왔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미분양 상황도 다소 해소될 전망이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는 분양 물량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른 건설사와 달리 대우건설은 분양 리스크가 적다”면서 “부지를 직접 사들여 아파트를 짓는 자체사업이 아닌 수주사업만을 하기 때문에 미분양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등도 없다”고 덧붙였다.경쟁사에 비해 해외사업 실적 저조
한편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현대, GS 등 경쟁건설사들에 비해 해외사업 부문의 실적이 저조한 것 또한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히 해외 주력사업지였던 나이지리아에서의 공사 발주와 계약체결이 지연돼 수주와 매출에서 더욱 부진한 성적을 냈다.두산중공업(56억 달러), 현대건설(39억 달러), 삼성ENG(37억 달러), GS건설(32억 달러), 현대중공업(31억 달러) 등이 3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하며 해외건설에서 선두권을 이룬 반면, 대우건설은 17억 달러에 머물며 중소 건설사인 (주)신한의 공세를 간신히 따돌리고 10위권에 턱걸이를 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나이지리아 여건 개선으로 수주와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고 카타르,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의 대형 플랜트 공사 수주로 30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해외 건설경기가 호조세를 보이자, 건설업체들이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신중한 접근을 한다는 계획.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공사는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경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조건 수주하려고 한다면 50~60억 달러 수주도 할 수 있겠지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베트남, 중국, 동유럽 등에서 신규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대우건설이 과연 업계의 우려와 달리 국내주택사업 부문에서 미분양 사태를 극복하고, 해외시장의 부진을 떨쳐낼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