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정말 안전한가? 식약청 “괜찮다” vs 소비자원 “조심해야”

쉬쉬하는 식약청에 시민단체 “문제 제품 뭔지 밝혀라” 알권리 호소

2011-12-13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권희진 기자] 올해부터 소비자보호를 위해 '부작용 의무 신고'가 도입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부작용 관련 민원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과연 어떤 업체의 어떤 화장품이 문제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접수된 부작용 사례를 공지하고 위험성을 피하게 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오히려 관련 정보를 은폐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식약청 “99.9% 사소한 일…부작용 사례 거의 없다”

시민단체 “문제 제품 밝혀라” 소비자 알권리 주장 

소비자원 “화장품 부작용 접수 매년 500건 이상”

업계와 식약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에 식약청에 접수된 부작용은 가려움 증상 65건, 피부염 143건, 홍반 66건, 발진 72건, 부종 17건, 여드름 45건, 각질 7건, 두드러기 16건, 따가움 19건, 기타 58건 등 총 508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9개월 사이에 508건

이와 관련 식약청 관계자는 “508건은 인과관계가 알려지지 않거나 입증자료가 불충분한 실마리 정보에 불과하다”며 “개인적이고 사소한 문제를 부작용으로 볼 수 없다”는 말로 어느 업체의 어느 제품에서 부작용이 보고되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10년 이내를 통틀어 부작용 피해 건수는 고작 10건 미만이기에 공개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할 건수나 사례가 없을 뿐”이라며, “시중 화장품의 99.9%는 절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화장품 부작용 자율규약은 4단계로, 화장품을 사용하고 일반적인 트러블 증상을 호소한 소비자는 있지만 화장품 협회 규약을 위반한 부작용 보고는 없다”고 강조했다.

식약청 관계자가 언급한 부작용 자율규약이란 화장품협회가 정하고 있는 ‘클레임 처리 자율규약’으로,
1단계= 소비자 본인만 느끼는 주관적인 자각 증상, 2단계= 소비자가 느끼는 주관적, 객관적인 경미한 수준, 3단계= 소비자가 느끼는 주관적, 객관적인 중증 수준으로 피부과 전문의에게 2주이상 4주 이하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 4단계= 4주이상 장기치료가 필요한 상태 등으로 되어있다.

다시말해 식약청 측의 주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아니라면 부작용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겠다는 말인 셈이다.

국내 화장품 업체 99.9%가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식약청 측의 주장과 달리 제품명 등 상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부작용이 가볍다고 공개를 꺼리면 되느냐”며,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99.9%의 화장품이 안전하다”는 식약청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또 다른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전체 그림을 보는 식약청 입장에서 99.9%가 안전하면 별 일 아닐지 모르겠지만 0.1%에 해당하는 제품을 사용한 개개인에게는 그 부작용이 100%의 피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꼬집기도 했다.한편 <매일일보>은 이번 취재과정에서 한국소비자원 산하 소비자안전센터에서 올해 11월 작성해 보고한 ‘화장품 위해사례와 안전성 확보방안’자료를 단독 입수했다.이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원이 처리하는 화장품 부작용 관련 불만은 연간 35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유발 제품은 스킨케어 제품이 510건으로 65.7%를 차지했고 이어 클렌징이 8.6%, 메이크업이 7.2%로 뒤를 이었다. 부작용 증상은 접촉성 피부염이 42.8%로 가장 많았고 발진이 18.5%, 홍반이 10.3%로 뒤를 이었다.

부작용발생 후 치료 경과를 살펴보면 병원 ‘치료 후 회복’이 43%로 가장 많았고 ‘치료 중’이 39.9%, ‘사용 중단 후 자연회복’은 14.3%, ’회복되지 않음’도 2.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