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도입 당시에는 큰 반발이 없었다. 그 이유는 종부세가 논의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비강남권의 아파트를 2~3채 갖더라도 공시지가의 합산액이 6억원을 쉽게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의 종부세는 이보다 더 고가이거나 다수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부자세였다. 하지만 이후 물가상승률 등이 종부세의 과세기준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적용대상은 점차 늘어났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에 걷힌 종부세는 전년도보다 무려 27.7%가 증가했다.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시지가의 현실화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애초에 동 개념은 부유층이나 고액자산의 보유자들에게 사회적으로 정당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때문에 초기에 제시된 적용대상은 상업용 빌딩, 고가주택, 임야나 토지같은 비업무용 자산 등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우선목표가 되면서 적용대상이 확대됐고 이후 제도의 시행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우선 공시지가의 상향에 적용되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가장 크다. 때문에 지난 1월에 발표된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의 요청에 따른 조정도 있었다.물건에 따라서는 시세산정도 어렵다. 이는 부동산의 속성인 개별성과 가치평가법의 하나인 매매사례비교법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표준화가 어려운 고가물건일수록 인근 물건들의 규모, 상태, 상권 등이 모두 다르기에 참고할 거래사례가 불충분하면 정확한 시세평가가 곤란하다.이로 미뤄보면 해당 업무를 수행할 담당부처의 여력도 아직은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결과를 내야하는 실무 측면에서는 표준화가 용이한 자산인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추후 중점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를 매년 시세에 근접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또 모든 주택에 적용한다면, 사회적인 질시와 지탄의 대상이 아닌 주거용 건물들의 공시지가도 함께 오르는 결과가 초래된다.또한 이 과정에서 종부세 기준금액의 조정도 필요하게 된다. 왜냐하면 설령 부동산 가격이 지금의 수준으로 고정되더라도 공시지가를 올린다면 종부세가 부과되는 주택의 수는 당분간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액자산이 아닌 규모를 유지하더라도 신규로 종부세 대상이 된다면 조세평등과는 일부 거리가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도 없다.공시지가의 인상을 통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세수에 대한 활용방안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심각하다. 미리 계획된 청사진이 없다는 것은 이번 정책이 급하게 시행되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물론 재개발 사업 등에서는 공시지가의 인상으로 인해 보상금 규모 등의 문제 소지가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작은 부분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고가 상업용 빌딩들의 시세반영률이 낮다는 점도 문제 삼지만 그런 규모는 일반인 개념의 부동산과는 거리가 있으며 이는 주거시설도 아니다.결국 이번 정책에 대한 평가는 지금의 미비점들을 보완하면서도 당초의 의도만큼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지, 늘어난 세수는 주거복지분야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될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사전에 검토된 세부계획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실행과정을 통해 이상과 현실이 구분되는 국가정책으로 충분히 자리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