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할머니들, 1000번 째 수요집회

2011-12-14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권희진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일 열어온 '수요집회'가 14일 1000회를 맞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요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강일출(83), 길원옥(84), 김순옥(90), 김복동(85), 박옥선(87)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5명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배우 권해효, 배우 김여진 등이 참석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들은 '전쟁범죄 인정', '신상규명', '공식사과', '법적배상' 등을 외치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은 어린 손들을 끌고 일본도 아닌 전쟁터로 끌고가 일본군의 노예로 짓 밟았다"며 "일본이 잘못된 것을 사죄하고 배상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20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요구해 왔지만 지금까지도 일본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지금 살아 계신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 하루빨리 사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20년 동안 이어온 수요집회의 역사가 담긴 영상이 소개됐다. 그동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집회 사진과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녹음된 5분여간의 영상이 나오자 할머니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1000차 수요집회는 완성도, 끝도 아니다"며 "그만큼 가야할 길과 해야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피해자들이 두번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권해효씨는 "1000차 수요집회인 오늘이 기쁜날인지 슬픈날인지 답답한 날인지 모르겠다"며 "지난 20년간 이길에서 부끄러운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할머니들이 보낸 이 자리가 뜨겁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음번에는 수요잡회를 하지 않도록 위안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승합차 전달식도 진행됐다. 승합차는 1800여명의 시민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에 참여해 마련한 것이다.

위안부 소녀를 형상화한 '평화비'를 일본대사관 앞에 건립하는 '평화비 제막식'도 진행됐다. 1.2m 높이의 평화비는 작은 의자에 걸터앉은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소녀의 모습 뒤에 새겨진 할머니 그림자는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뜻한다.

일본 정부는 평화비 건립이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에 제지를 요청한 바 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고등학생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오산 운천고 3학년 학생인 이다미(18)양은 "학교에서 위안부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초중학생들 가운데 76%가 위안부에 대해서 모른다고 답해 마음이 무거웠다"며 "20년 동안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선 할머니들이 존경스럽고 일본 정부가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는 1992년 1월 미야자와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처음 열린 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955년 8월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집회를 취소한 것을 빼고는 그동안 한 차례도 수요집회를 중단한 바 없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4명이다. 그중 171명이 숨지고 현재 생존해 있는 할머니는 모두 63명이다.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도 만 86세다.

한편 '1000차 수요시위'를 맞아 이날 일본을 비롯해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9개국 37개 도시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연대 집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