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신규항공사 설립은 일자리 비상(飛上) 알리는 규제개혁 상징
작년 6월 26일, 9월 11일 두 차례 국회에서 항공산업의 고질적인 진입규제 장벽을 지적하고 신규 저비용항공사의 진입 등 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두 차례 모두 직접 참석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는데, 7년째 국회의원을 하면서 토론회 끝날 때까지 좌석이 한 자리도 비지 않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다. 바로 이 문제가 생존의 문제임을 직감했다.
항공산업 종사자들과 지역 청년들, 양심적인 학계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간절하게 외쳤는데, 올해 1분기 그 마지막 능선을 눈앞에 두고 국토부가 힘을 내지 못하는 것만 같아 다시금 간절한 마음을 담아 펜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근본적인 경제체질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용창출력이 저하되는 등 어려움도 겪었지만, 기존산업의 견고한 진입장벽을 타파하는 등 과감한 변화와 도전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항공산업이 그 대표적 예다. 항공운송사업은 정부가 직접 진출입을 결정하는 전통적 규제산업에 속한다. 설립요건이나 절차도 까다롭지만 기존 대형항공사와 그들이 출자한 저가항공사들에 의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더욱 두텁다.
이에 따라 항공시장이 소수의 기업에 독점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국내에는 고작 8개의 항공사가 있는데 반 해, 인구가 거의 비슷한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27개, 25개의 항공사가 운영돼 건강한 경쟁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 인식하에 국회,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래서 작년에는 공론의 장을 국회로 옮겨와 전문가들이 치열한 논쟁을 하거나 이해관계자 입장을 조율하는 시간을 수차례 가지면서 견고한 규제의 벽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그 결과 과당경쟁 우려가 있을 경우 신규진입을 불허한다는 기존방침을 변경해 진입문턱을 대폭 낮추는 등 구체적 성과를 거두었고, 이후 다수의 신규항공사가 면허를 신청하는 등 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항공산업은 기계, 소재, 전자, 통신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최첨단 산업으로 생산‧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높은 선진국형 전략산업으로 평가된다. 통상 항공기 1대당 100명 이상의 직접 고용이 필요하고 신규항공사가 설립되면 관광, 쇼핑, 교육 등 관련 업계로 효과가 확장되면서 수만명에 달하는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저가항공사들은 모항으로 지방공항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여서 지역경제활성화 및 국토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한편, 갈수록 과감해지는 세계 주요국의 항공산업 정책 방향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진입은 자유롭게 하되 안전규제는 꼼꼼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공항 1600개를 신설할 예정에 사업면허 대기 중인 신규 항공사만 50여개 육박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움직임은 고통스러운 희생의 과정을 각오하고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무거운 경고로도 해석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항공산업 이외에도 반드시 혁파해야 할 성역화된 규제가 다수 존재한다. 역대 모든 정부에서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는 무성했지만 실질적 성과를 낸 사례는 많지 않았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 모든 규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사회가 변하고 경제상황이 바뀌면 이에 부합하는 시스템이 새롭게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일수록 보다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혁신과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국토교통부의 신규항공사업자 심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다음 달이면 9~10번째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항공사 설립이 항공산업 국제경쟁력 제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항공소비자 편익 증진 등 충분한 경제적 성과로 이어져 문재인정부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