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에서 국회의원으로 탈바꿈해볼까?”

기업인 총선 출마 러시...: ‘한나라당 공천=당선’ 안일한 기대감 속 너도나도~

2008-02-01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 일부 CEO(최고경영자) 출신 인사들이 총선을 겨냥,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차기정부에서 일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대기업 CEO 출신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에 따른 ‘경제’와 ‘실용’에 대한 인식이 국민에게 스며들면서 실물경제 전문가로 불리는 기업인들 역시 ‘너도 나도’ 출마의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

눈에 띄는 대목은 이들 대부분이 ‘한나라당 당적’을 통한 여의도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점. 바꿔 말하면 ‘차기 야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가칭 자유신당은 사실상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뜻.

이는 출마자들이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안일한 기대감에 함몰돼 있는데다, 이명박 당선자나 대통령인수위 측이 차기정부에 대해 ‘친기업적 정부’ ‘기업친화적’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제 우선’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법상 선거일 60일 전인 오는 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친동생인 김호연 빙그레그룹 회장은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정계 출사표를 던졌다. “여의도엔 법조인이 너무 많다”는 게 출마 이유다. 김 회장은 “기업인이 정치를 바꿔야 한다”면서 선친의 고향인 충남 천안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천안 을은 한나라당 공천 신청 예상자들이 10여명이 넘는 치열한 경합지역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경우를 봐도 시대정신이 합리성을 갖춘 기업인을 원하는 것 같다”면서 “(기업인들이) 정계에 많이 진출해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빙그레 회장 비서실 측은 언론을 통해 “평소 외교안보, 문화, 보훈 분야 등에 관심이 많아 총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성 회장은 고향인 충남 서산.태안 선거구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서산장학재단 이사장,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한국자유총연맹 이사, 충남포럼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기업 경영과 동시에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면서 지지 기반을 구축해온 까닭에 ‘유력 후보’로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성 회장이 현재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이 대목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점은 성 회장의 친동생인 성일종 앤바이오컨스 대표의 ‘출마설’. 정가에선 성 대표가 형과 같은 지역구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떠돌고 있다. 성 회장의 동생인 성일종 대표는 지난 대선기간 중 경제살리기특위위원으로 활동한 기여를 인정받고 있어 그의 거취 또한 주목된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한나라당으로!

지난 1월8일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던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출마를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을 이미 마친 상태다. 그는 당시 기념회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더욱 헌신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양정구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축사에서 “지금은 지역경제를 살릴 때다. 주 회장이 경제 살리기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당 차원의 지지를 밝힌 상태다. 주 회장은 한나라당 경선 기간 동안 이명박 당선자를 지원했다.10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하는 등 인천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중·동구·옹진군 선거구에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인 박상은 전 대한제당 대표이사가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박 전 대표이사는 인천 강화 출신으로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경인방송 회장, 외교통상부 경제통상대사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과 인수위 상임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천시 전 정무부시장도 역임했다. 출마하게 될 경우 무소속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박근혜 경선캠프 홍보기획단장으로 활동했던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경기도 하남에서 출마할 예정인데, 그는 출마와 관련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기여하면서 해체된 대우 그룹에 대한 재평가도 받고 싶다”고 털어놨다.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인들도 대거 ‘한나라당’으로 ‘올인’, 여의도 입성을 꿈꾸고 있다.

지지율 낮은 신당에는 그림자조차 없어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인 김세연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는 선친의 지역구인 부산 금정에, 여우현 오디세이아 대표와 우태주 라인텍 대표는 경기 용인갑과 용인을에 각각 예비후보 등록을 했고, 조희욱 MG테크그룹 회장은 경남 밀양.창녕에 출마할 계획이다.총선을 앞두고 자천타천으로 일부 기업인들의 한나라당 입당 및 공천 작업이 활발한 것과 달리, 총선 완승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한 신당의 경우 공천을 희망하는 기업인들이 거의 전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양당의 명암이 한층 더 선명하게 대비 되고 있다. 신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 관계자들은 유력 기업 CEO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개를 젓고 있다는 후문이다. 30일 현재 이동룡 전 기아차 부사장이 경기 광명을에, 한승두 한경프루베 대표이사(경북도당 부위원장)가 경북 상주에서 신당의 타이틀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한편 민주당에서는 이강봉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이 전북 고창.부안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며, 창조한국당 공동대표인 이용경 전 KT 사장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