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그룹, 국세청 세무조사 받는 진짜 이유는?

오너 일가 농지 취득 의혹·골목상권 진출 논란 와중에 세무조사 결과 '촉각'

2011-12-16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대명리조트’로 유명한 대명그룹(회장 박춘희)이 겨울철 여행성수기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울상을 짓고 있다. 대명은 요즘 오너 2세인 서준혁(32) 사장을 필두로 제2의 도약을 위한 그룹의 새로운 로드맵 짜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이 최근 대명의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찬물을 끼얹었다. 일단 대명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겉으로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대명이 그동안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주요계열사들에 대한 물적분할을 전후로 ‘오너 일가의 골프장 불법 취득 의혹’을 비롯한 골목상권 진출 등 끊임없는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만큼, 내심 이번 세무조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세청, 대명그룹 지주사 대명홀딩스와 대명코퍼레이션 교차세무조사 단행
대명, “정기 세무조사일 뿐” 일축…일각, “대명 오너 일가 겨냥한 것” 제기

최근 국세청이 대명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지난 8일 관련업계와 대명홀딩스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은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대명그룹 본사를 방문, 그룹 지주사인 대명홀딩스와 대명코퍼레이션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단 대명 측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명홀딩스 관계자는 “대명홀딩스(리조트)의 경우 2004년 세무조사를 받은 이후 처음 실시되는 정기 세무조사 차원일 뿐”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교차세무조사 단행…수사 초점은

하지만 이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정기 세무조사 차원인지 아니면 특별 세무조사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함구하고 있어 불분명하다. 더구나 이번 조사가 ‘교차세무조사’란 점에서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대명그룹은 서울지방국세청이 관할이지만, 이번 세무조사에는 중부지방청이 담당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교차세무조사란 기업이 소재한 관할 지방청 대신 타 지방청에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일종의 향피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 등에 유착소지를 미리 차단해 공정하고 엄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제도이다.

이에 대해서도 대명 관계자는 “대명리조트의 본점 소재지가 강원도 홍천에 있어 관할청인 중부지방청이 나선 것일 뿐이고, 대명코퍼레이션의 경우는 국세청에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명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주요계열사에 대한 물적 분할을 전후로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중 줄곧 제기되어온 대명 오너 일가의 불법 농지 취득 의혹과 골목상권 진출 논란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대명리조트는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면 일대에 대규모 골프장 및 승마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개발부지의 소유자가 대명 오너 일가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대명 오너 일가가 소유했다가 대명리조트로 매각한 부지 중 ‘농지’를 두고서 말들이 많다. 박춘희 회장과 그의 딸인 서경선, 서지영씨를 비롯 박 회장의 동생 춘석씨 등이 농지를 소유해오다 대명리조트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농지는 농지법상 경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농지를 취득하고자 하는 자는 농지 소재지의 관할 관청으로부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반드시 득해야만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명 오너 일가가 농지를 헐값에 사들인 후 계열사에 비싸게 팔아 큰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을 것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대명코퍼레이션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명코퍼레이션은 지난 2008년 8월 (주)서앤컴퍼니로 출범해 기업소모성자재(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업체로 지난해 10월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으며, 대명그룹의 창업주인 고 서홍송 회장의 장남인 서준혁 대명엔터프라이즈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서 대표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대명코퍼레이션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대명코퍼레이션은 서 대표 취임 후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힘쓰고 있는데, 최근 퓨전 떡볶이 브랜드 ‘베거백’을 론칭해 구설수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공정위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기업소모성자재 사업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해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대명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대명코퍼레이션 세무조사 역시 내부 물량몰아주기와 골목상권 진출을 역점에 뒀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실제 대명코퍼레이션은 전체 물량 중 절반 이상을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을 통해 올리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09년 매출 310억원(당기순이익 1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두 배 이상 뛰어오른 매출 820억원(당기순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때문에 이를 종합고려해볼 때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대명 오너 일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난 1987년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과 휴양 콘도미니엄 분양·관리운영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대명그룹은 2005년 휴양콘도미니엄 사업과 회원제골프장사업을 물적분할을 통해 각각 대명레저산업, 대명비발디파크씨씨 등으로 설립했다.

물적분할 후 대명레저산업은 대명홀딩스로 변경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대명비발디파크씨씨는 대명홀딩스에 2009년 7월 재흡수합병됐다. 대명홀딩스는 대주주 박춘희 회장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77.4%에 이른다. 대명리조트는 대명홀딩스의 BI이다.

서 사장의 공격 행보에 걸림돌 작용 우려

한편, 대명은 지난 11월 22일 故 서홍송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 서준혁 사장은 추모사에서 “대명을 대한민국 레저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레저기업을 넘어, 고객의 행복과 삶의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헌신과 열정을 바탕으로 진정한 고객감동을 실현하는 글로벌 휴먼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 사장은 대명의 미래 성장 축을 건설·레저·라이프(상조)·항공으로 삼아,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저가항공 시장 진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으며, 보안관제 분야에서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이런 서 사장의 공격적 행보에 혹여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