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세 가지 난제

2012-12-16     김진아 기자
[매일일보 김진아 기자]외환은행 인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최근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지난 1년간 끌어온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마침표를 찍고 우여곡절 끝에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재협상이 종결됐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있다.

그동안 론스타의 징벌적 매각을 주장해온 정치권이 국정조사 등 맞대응에 나설 태세이며 외환은행 노조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당분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돼 외환은행 경영진 중 일부는 구조조정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험난한 외환은행 인수의 길…성공해도 가시밭길?
론스타 먹튀 논란·노조 문제, 풀어야 할 숙제들 ‘산더미’

하나금융의 지난 1년간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었다. 지난해 11월 16일,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발겨 금융권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놨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인수 금액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지난 실패에 이어 두 번째 도전에서는 강력한 경쟁자인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을 제치고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면서 바로 외환은행을 손에 쥘 수 있을 듯 보였다.

그러나 하나금융 자회사의 징계, 론스타의 차명 인수설, 외환카드의 주가조작 등 악재가 겹치면서 외환은행 인수는 물거품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논란이 일면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수승인이 미뤄졌다.

결국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상실되면서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1조 5000억원을 빌려주는 대신 인수가를 깎으면서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하나금융은 먹튀 도우미?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먹튀’ 에 일조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불거졌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헐값 매각 의혹,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등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결국 지난 10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 대한 재상고 포기로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서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잃었다. 금융위는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 51.02% 중 한도초과보유주식 41.02%을 6개월 내 처분토록 명령했다.

당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지분이 매각돼 인수에 탄력을 받게 됐으나 론스타에 향했던 비난의 화살도 함께 돌아왔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한 범법 행위를 저지른데다 은행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이라는 의혹이 있는 만큼 ‘징벌적 강제 매각’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징벌적 강제 매각이란 주식을 증권시장에 시가대로 내가 팔게 함으로써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말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인수를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는 하나금융이 계약을 파기하면 5조원 먹튀를 막을 수 있다며 계약 파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소액주주들 또한 론스타에 조건 없는 지분매각을 허용한 금융위원회 처분 명령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정계에서도 “정부가 투기자본의 먹튀 행각을 방조한 결정”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중단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정조사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뿔난 노조 감싸 안기

김 회장의 ‘노조 달래기’ 문제도 시급하다. 지난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이후로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줄기차게 결사반대를 외쳐왔다.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가 지금 론스타의 먹튀 행각을 도울 뿐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인수 추진이 알려진 직후 성명서를 내,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매각협상은 결국 무산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의 강제매각명령이 내려지자 외환은행 노조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금감원 관계자 7명을 직무유기와 공무집행 방해로 검찰에 고발하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외환은행 주식매입을 통한 ‘외환은행 되찾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벌써 6100명의 직원들이 4089억 9590만원 규모의 출연확약서를 제출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노조와의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경우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창출 효과도 빛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피해갈 수 없는 구조조정

큰 돌발 변수 없이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이 원활히 이뤄진다 해도 넘어야 할 고비는 또 있다. 두 은행이 합쳐지면 이사진과 경영진을 새로 꾸리고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외환을행을 인수한 후에도 당분간은 지주사 밑에 두 개의 은행을 유지하는 ‘더블 뱅크’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외환은행의 평판과 가치를 존중해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필요없다”고 강조했으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두 은행 간 운용 방법을 달리하면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멀지 않은 미래에 두 은행에 동일한 체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 경영진 중 일부는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하나금융이 인수한 서울은행, 보람은행, 충청은행 등은 인수 이후 ‘하나은행’ 이름으로 합병된 것을 보면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해 인수 후 통합작업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