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사자성어 '掩耳盜鐘'…귀 막아도 소용없다
2011-12-18 권희진 기자
'교수신문'이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일간지 칼럼리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교무·기획처장 등 주요 보직교수, 대학원장, 대학신문 주간교수, 정년퇴임한 원로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에서다.
304명의 응답자 가운데 36.8%가 올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을 선택했다.
엄이도종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유래됐다. '통감기사본말'(通鑑紀事本末), '문헌통고'(文獻通考) 등 많은 문헌에 사용됐다.
엄이도종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김풍기 강원대 교수는 "FTA 문제라든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산관위) 홈페이지 공격에 대한 의혹 등이 겹쳤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며 "여론의 향배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발표하고 나면 그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독단적으로 처리해 놓고 자화자찬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국민의 불만에 전혀 유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민숙 이화여대 교수는 "올 한 해도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통과 등의 문제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며 "아직도 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소통 부재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엄이도종 다음으로는 '여랑목양'(如狼牧羊)이 25.7%로 2위를 차지했다. 여랑목양은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란 뜻으로 탐욕스럽고 포학한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한다.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가디망양'(多岐亡羊)도 21.1%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