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없는 자들을 위한 영어교육
한국어로 미국에 대해서 똑바로 공부하는게 낫다
2009-02-03 제휴사 빅뉴스
공희준, bignews@bignews.co.kr
[제휴사=빅뉴스] 굳이 숨길 이유가 없을 것 같아 얘기를 꺼내는 거다. 나는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총장으로 재직하는 어
여자대학교에서 개설한 영어전문교육자 양성과정을 상당히 오랜 기간 관찰하게 되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보통 TESOL로 불리는. 특별히 그쪽 방면에 관심이 있었거나, TESOL 자격증을 이용해 먹고살려고 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어떻게 왔다갔다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을 따름이다.하루는 문제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의 회합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다. 어느 여대 근처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서 뒤풀이 모임인가가 있어서였다. 몰래카메라 찍으려고 근처를 배회했던 건은 아니므로 이상한 방향으로 절대 오해하지 마시라.그때 그곳은 정말 미국이었다. 맥주 나르고 안주 만드는 카페 사장을 빼고 모두들 영어로 말하더라. 미국남성인 지도교수가 앉지 않은 탁자에서마저도. 명색이 정권창출의 일익을 담당한 유명 논객 체면에 하릴없이 멀뚱히 앉아있기가 뭐해서 대화를 시도해봤다. 영어만 사용할 뿐이지 나와 똑같이 대한민국 국민인 한국여자들(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여성이었음)과 얼굴 맞대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민원로는 미국인 지도교수와 환담을 가졌다. 한 가지 확실한 믿음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콘텐츠’만 있으면 언어의 차이쯤은 의사소통에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똘똘하고 눈치 빠른 통역 하나 붙으면.지도교수의 이름을 살피니 네덜란드 혈통임을 알 수 있었다. 하여 네덜란드 독립전쟁부터 시작해 현대 미국정치까지 두루 아우르면서 생각을 교환했다. 그럼에도 내심 불안하기는 했다. 영어 못한다고 혹 깔보지 않을까 하는.미국인 지도교수가 나에 대해 받은 인상을 나중에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가 있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였다. 당연한 노릇이었으리라. 그가 한국에 건너온 이래 어떤 한국인이 세계사를 소재로 대화를 꾀했겠는가? 영어나 몇 마디 더 배우려고 가식적 미소를 띠면서 달려들었겠지. 그를 영어로 한국서 재미 좀 보는 양키가 아니라 미국서 보기 힘든 화란인의 후손으로 파악해 담소를 나눴다. 덕분에 그와 나는 이따금씩 만날 적마다 매우 친밀한 감정을 느끼는 사이로 발전했다.요번 경우에는 진중권의 견해가 옳다. “하이 찰리”를 영어로 한다고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과 지식수준이 높아지는가? 외국인 상대하는 직업을 찾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그 시간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사를 학습해라. 그게 진정한 국가경쟁력 강화의 길이다. 나는 영어회화는 서툴망정 미국사회에 관해서는 대단히 잘 안다고 자부하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신국판으로 환산하면 권당 1천 페이지가 넘을 트루먼 회고록, 아이젠하워 회고록, 케네디 회고록을 모조리 읽었다. 당신이 미국인이라면 한국말로 미국역사 연구하는 국민원로와 제 나라 말글조차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실용영어, 생활영어랍시고 밥 먹고, 잠자고, 똥 사는 용무와 관련된 일상회화나 영어로 대충 처리할 수 있는 영어전용교사 가운데 누구를 더 존중하겠는가?10년 전에 한 선배가 이런 소리를 했다. “여자는 영혼이 없다!” 이경숙 위원장을 볼 적마다 자꾸만 떠오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영혼이 불필요한 직업이 비단 공무원만은 아닌 듯싶다. 대학총장도 마찬가지다. 내 방대하고 해박한 세계사 지식에 놀라는 미국인 영어교수한테 뻥을 쳤었다. 대한민국에는 이 정도 교양을 쌓은 인간들은 널리고 널렸다고.널리기는 개뿔! ‘오렌지’가 아니라 '어린쥐'라고 강요하는 덜 떨어진 강남아줌마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씩이나 하고 자빠졌는데.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인수위 업무 마무리되면 청파동 대신 여의도로 가시기 바란다. 가서 개그맨 변기수와 함께 ‘까다로운 변선생’이나 진행하시라.영어를 공부하느라 영혼이 없어진 건지, 영혼이 없어야만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만큼은 이 등식이 정답에 가까울 터. 영어(회화) 잘하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영혼이 없다고. 나의 진단이 틀렸다면 그건 순전히 이제껏 여자를 사귀어본 경험이 전무해서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