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내부자거래 의혹제기 노조“미래신용정보 추심 회사 만들어 이익 빼돌린다”주장
LG그룹 금융 부문의 맏형인 LG증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LG증권은 LG카드사태를 그룹 내부 문제로 여기고 공론화를 꺼려 왔으나 노조가 3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LG증권 노조는 LG그룹이 "카드사태를 증권에 떠넘기려 한다"며 강력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노조는 LG카드 사태와 관련, 그룹 오너인 구본무 회장 일가의 지난달 말 지분율이 작년 말에 비해 54% 이상 축소된 데 대해 내부자거래 등의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LG증권이 이 문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LG카드의 1조원 규모 증자에 LG증권이 실권주를 총액인수 방식으로 떠 안기로 한데 대한 반발인 것으로 보인다.
한때 그룹에 효자 노릇을 하던 LG카드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금융시장의 `폭탄'으로 떠오르고 LG그룹은 금융계열사들한테 '폭탄 돌리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LG카드는 연내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며,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채권은행에 제출한 확약서에서 LG증권이 총액인수방식으로 내년 3월까지 7,000억원의 추가증자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노조는 이에 대해 LG증권이‘총대’를 매는 방식의 증자라며 LG증권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증권이 카드에 위험 수준의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권의 주가까지 10% 넘게 급락하자 소액주주들은 '주주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며 항의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LG관련주는 묻지 말고 팔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며 "고객들은 특히 LG그룹 대주주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LG증권이 증자 방식의 총액인수에 참여할 수 있는 규모가 최대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그룹이 제시한 방안이 실현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구 회장과 LG증권만으로 LG카드의 위기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LG의 계열사들이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노조는“현재 구씨 일가의 지분율이 2002년 12월 대비, 54%이상 축소된 것에 대해 내부자거래 등의 의혹이 있다”며 실질적 경영권을 구본무 회장이 행사한 점등을 고려할 때, 총액인수 방식의 증자계획은 카드 사태의 책임을 LG증권으로 넘기려는 행위라는 것이다. 노조가 걱정하고 있는 부문도 LG카드 지분 15.88%를 갖고 있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특수 관계인들이 LG카드에서 `발빼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 LG증권 노조는 또 LG카드의 경영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올해에 집중 매각한 것은 내부자 거래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김붕락 노조 위원장은 "구 회장 일가는 이번 LG카드 사태 뿐 아니라 LG종금 합병 등을 통해서도 부실을 우량 회사에 전가하며 자신들의 주머니만 불렸다"며 "LG카드 부실 과정에서 LG신용정보를 미래신용정보라는 추심 회사로 이름만 바꾸어 설립하여 이익을 빼돌린 의심까지 든다"고 주장했다.김 노조위원장은 "미래신용정보가 자본금 30억원으로써 총 18조에 달하는 추심 금액 중 수익 추심 금액만 해도 2조 5천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또 "구자경씨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정관수 부회장이 미래신용정보의 모든 걸 관리하고 있어 비리 만들기에 온상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구씨 일가의 부도덕성을 폭로하고 LG그룹에서 LG증권을 독립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것"며 "총액 인수 증자 추진 저지와 구씨 일가의 내부자 거래에 대한 검찰 고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LG카드는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씨 등 선대 회장의 형제인 이른바 LG전선 계열의 대주주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계열 분리를 승인 받은 지난달을 전후로 예정된 지분 정리에 나선 것일 뿐, 구 회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LG그룹측은 "구 회장이 지주회사의 지분까지 LG카드를 위한 담보로 내놓은 마당에 LG카드의 지분을 처분할 리가 있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LG그룹은 또 "구 회장이 LG카드 경영 정상화를 위해 LG그룹 보유 주식 모두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미래신용정보와 관련된 노조의 의심도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증권시장에서는 LG카드의 경영 정상화는 물론 LG증권에 부담을 지우지 않을 정도로 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외신들도 심각한 유동성 압박과 누적적자로 고민하고있는 카드회사들이 내년에도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 3일 한국의 8개 전업 카드회사들이 올 9월까지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입었으며 내년에도 채권단과 주주들의 추가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 통신도 신용카드 산업은 한국 경제의 `시한 폭탄`이며 이는 외환위기 때와 버금가는 위협이 되고있다고 지적했다.이 같은 외신보도는 한국의 카드사가 '서비스위주의 카드사'가 아닌 '현금을 서비스 받은 카드사'로 전락하고 있는 얘기다. 이는 다시 말해 LG카드의 유동성 문제가 내년에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폭탄으로 남아 있고 25조원에 이르는 LG카드 자산의 30% 가량이 부실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매각 등이 성사될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LG카드 측은 내부 구조조정 차원에서 명예 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원 감축에 나섰지만 가장 근본적인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LG카 드는 총 자산 26조원 가운데 21조원이 부채인 데다 실질 연체율은 총 자산의 30%인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LG카드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한 LG증권의 주가도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도 카드산업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20일 ‘신용카드 거품의 끝을 보지 못했다’는 보고서로 국내외 전문가들중 처음으로 LG카드 문제점 을 지적한 김욱래 세종증권 연구원은 “LG카드 정상화를 위해 기존주주에 대한 감자요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금융연구원의 이장영 박사도 'LG카드의 충격으로 관련 금융기관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채를 많이 보유한 투신권이 가장 부담이 크고 카드사에 대출을 많이 해주거나 카드채를 보유한 은행권, 기관투자가와 보험업계에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 모두가 잠재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정부가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LG카드의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