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 "선명야당"…'당내 투쟁' 신호탄인 듯

손학규 '새로운 진보' 노선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내겠다?

2009-02-04     지연진 기자
【서울=뉴시스】대통합민주신당이 오는 4·9 총선 공천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공천심사위원 인선을 앞두고 당내 공천 갈등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당의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3일 "선명 야당 건설의 길을 가겠다"며 "후보로서 당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길은 제대로 된 야당을 일으켜 세우는데 조력하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당내 투쟁을 선언한 것. 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충북 속리산을 등반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와 신정권의 영어 정책과 한미 FTA와 관련된 농촌진흥청 폐지 문제 등 시대착오적인 노선에 대해 정확히 지적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 신당의 목소리는 약하다"며 "오늘부터 나부터 확실한 야당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정 전 장관의 발언은 당에 남아 손학규 대표의 '새로운 진보' 노선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당내 투쟁을 통해 정동영계를 위한 총선 공천 지분 확보 및 향후 당권 경쟁에서도 뛰어들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선 패배 이후 한껏 몸을 낮춰온 정 전 장관의 정치 재개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산행에 동행한 정청래 의원 역시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으나 더 이상 좌절할 수만은 없다"며 "다시 일어서자는 의미의 산행"이라고 강조해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동안 정동영계 인사들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호남 물갈이' 이야기가 거론되고, 지도부 구성에서 정동영계가 배제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손학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내 주류에서 배제됐다며 계속된 산행 등으로 지지세력 결집을 보여주며 손 대표를 압박해 왔다. '제3지대 신당' 창당과 같은 배수진을 치면서 손 대표를 압박해 공심위 구성 등에서 당내 입지를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 전 장관이 당내 투쟁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상 당내 공천 갈등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과 같은 대규모 계파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설날 민심을 고려해 당분간은 분열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정 전 장관이 실질적으로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할 동력과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쉽사리 움직일 가능성은 없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손학규 대표가 정 전 장관의 계룡산 산행 이후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 설 전에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자 간 설 이전 회동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느냐에 따라 당내 내홍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정 전 장관의 당내 투쟁 시발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연진기자 gy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