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한나라당 총선 공천 기준을 놓고 극단으로 치닫던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4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이계(親 이명박)와 친박계(親 박근혜)가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 모두발언에서 총선 공천 갈등과 관련, "오늘부터 어떤 집단행동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친박계를 겨냥했고, 친박계 김학원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내면적으로 신뢰 문제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안 원내대표는 "더 이상 당내 공천 문제를 가지고 집단행동을 하거나 국민들에게 충돌하는 모습을 비추게 하는 것은 한나라당을 지지한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것"이라며 집단탈당 배수진을 친 친박계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오만한 자세를 버리고 민심을 두려워하고 국민과 약속한 것은 하나하나 반드시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당에서 총선은 총선대로 준비하고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학원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서로 신뢰를 교환하면 충분히 타개할 수 있었던 문제들을 서로 간의 신뢰 부족과 소아적인 생각으로 위험한 지경까지 간 것이 사실"이라며 "외형적으로 처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내면적으로 신뢰 문제가 회복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4.9 총선을 통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중대한 과업을 앞에 두고 당내에서 여러 가지 소아적인 생각을 갖고 갈등이 벌어져 이로 인해 당내에 상당한 분란이 있었다"며 "이 문제가 앞으로 휴화산처럼 남아서 어려운 문제가 다시 제기되지 않도록 당 지도부가 각별히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공천 기준의 엄격한 적용에 반발하며 당무까지 정지했던 강재섭 대표는 "지난 한 주는 상당히 어수선하고, 당으로서는 어려운 시기였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우리가 심기일전해서 다시 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진통을 겪는 것은 당이 잘 되기위해 여러 가지 걱정을 하는 중에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누가 누구를 서로 증오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서로 당이 잘 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자는 방식에 있어서 견해 차이가 있어서 어수선했던 한 주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본의 아니게 국민들에게 당이 심려를 끼치고, 불안하게 만든데 대해 우리 모두 반성하고 더욱 더 겸손한 자세, 단합된 자세로 새 출발해야 한다"며 "힘을 합치면 철판도 같이 뚫을 수 있지만 서로 미워하고 신뢰하지 않고, 힘을 합치지 않으면 백지장 한 장도 들 수 없다. 나름대로 논리는 있지만 모두 단합해서 당을 위해 국민을 위해 단합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정몽준 최고위원은 "지난 목요일 중국에서 5개 도시 축구대회에 다니느라 그동안 다들 고생하는데 별 도움도 못되고 위로의 말도 못해서 개인적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국민들이 바라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하고, 그 과정에 역할이 있으면 최선을 다히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강재섭 대표는 "당내에서도 축구 좀 했다"고 뼈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공성진 "대장부약속? 전형적 밀실공천"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4일 강재섭 대표, 이방호 사무총장, 김무성 최고위원이 당규 '3조2항'을 유연하게 적용키로 합의했다는 이른바 '대장부 합의'에 대해 4일 "공천심사위원회라는 엄연한 제도가 존재하는데 만약 대장부 합의 운운하면서 약속을 했다면 전형적인 밀실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친이(親이명박)계인 공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이것(대장부 합의)은 국민들이 그야말로 정말 실망할 내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결과론적으로는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애초에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강재섭 대표께는 제가 문제를 조금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당무거부를 했던 강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만약에 (합의가) 있었다면, 그것이 이면합의의 형태로 존재했다고는 절대 보지 않는다"면서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 의원은 "당이 좀 시끄럽고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공정하고 개혁적인 공천을 반드시 해야 된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는 "저는 그런 입장이다"라며 "유권자들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당내 화합"이라고 답했다. 공 의원은 또 "공천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또 탈당하겠다고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화합을 말하지만 야합이 되는 이런 정치를 국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지도부에 강력 대처하라고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 측이 선거법 위반자, 윤리위 징계자를 다 공천 배제 대상에 포함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도 월권"이라며 "공천심사위를 무시한 채 공심위에 관여할 수 있나, 더구나 일반 (공천)신청자들이 밖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 "공천문제, 당 대표에게 맡기겠다"…친박모임 취소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총선 공천 갈등과 관련 "정치발전을 위해 당 대표가 공정하게 하리라고 믿고 당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4일 오전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신뢰 문제가 회복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꾸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는 "당규 3조2항의 해석과 관련, 벌금형도 공천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최고위에서 결정이 그렇게 났지 않느냐. 당과 공심위가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공천 기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고가 아니라 원칙이라는 것이 정해지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해야 공정 공천이 아니겠느냐"고 원칙론을 내세웠다. 특히 그는 친박계가 회동을 통해 이방호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던 것과 관련, "이 사무총장 사퇴 문제는 당 대표에게 맡기고 한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철회 방침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