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산사태 대책, 한양도성 옹벽축조기술에서 배운다

2019-03-05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장
[매일일보] 해빙기를 맞이해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부산 승학산에서 집채만한 바위가 굴러 떨어졌다. 이로 인해 교통통제 뿐 아니라 공사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해빙기 이후 봄철 강우까지 이어지면 지반붕괴가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산사태와 경사지 붕괴는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도 안전점검과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매년 급경사지 및 도로사면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산사태와 토사붕괴를 억지하기 위한 공법으로 낙석방지울타리, 낙석방지망, 지반앵커공법, 돌쌓기, 콘크리트 옹벽 공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이중 콘크리트 재료가 개발되기 전, 근대화시대에서는 돌쌓기 공법이 주로 산사태와 사면붕괴 대책공법으로 많이 적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돌쌓기 기술을 가진 시공기술자는 장인(丈人)으로 선정될 정도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 됐다. 재료의 특성으로 콘크리트는 50년을 견디기 어려운 상태지만 자연석이나 가공한 돌은 수명(壽命)이 수백년에 달하고 있다.한가지 사례를 들어 보면, 한양도성은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수도로 정하고 도성을 축조한 것이 1392년으로 600여년의 시간이 지났다. 물론 한양도성이 부분적으로 세종·숙종·순조 때 개축하고 일부구간은 재시공한 부분도 있지만 원형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한양도성 축조에는 몇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으며, 현재에도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한양도성은 10만명의 인력이 동원되었으며 총 97개 구간으로 나누어 각 지방에서 차출된 병력으로 건설됐다. 축조한 구간은 각자성석(激光刻字城石)이라 하여 성곽을 쌓은 책임자와 출신지방을 적도록 했다. 이는 지금의 공사실명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책임감과 철저한 공사를 요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둘째로 흥미로운 부분은 석축을 쌓는 옹벽기술이다. 지반의 조건에 따라 축성재료를 달리하면서 기초를 다졌다. 이미 지반조건에 따라 기초공법을 달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석축이 경사면에 시공됨에 따라 계단식 기초공법이 적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옹벽의 붕괴 원인이 강우나 배수로 인해 붕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성곽의 석축 배수시스템은 박석을 이용해 구조물의 안정과 배수 기능을 겸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콘크리트 옹벽에는 수평배수공을 설치해 배수를 유도하는 공법을 적용하나 배수공의 막힘현상으로 인해 옹벽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곤 한다.산사태와 사면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옹벽기술이 개발되지만 이보다 건설의 기본은 기초의 튼튼함과 붕괴의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건설기술의 발전을 보면 장비의 발전이 두드러지며, 제품의 표준화 및 획일화에 따른 시공속도의 향상에 관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현장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급속시공에 집중함으로 인해 부실시공과 품질이 낮은 제품이 시공되곤 한다. 한양도성 축조에서 보듯이 옹벽의 한켠에 공사담당자의 이름과 이력을 개제하는 제도를 적용하여 시공기술의 자신감과 책임감이 더해진다면 부실시공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도유치원 붕괴사고와 금천동 지하시설물 사고에서 보듯이, 시공에서 드러나는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의 여건을 충분히 검토하고 지반조사의 철저함 등을 겸할 때 사고는 막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초가 무너지게 되면 아무리 상부구조물이 튼튼하더라도 견디기 어려운 상태가 될 것이다. 600년을 지탱해 온 한양도성 석축기술을 토대로 선조들의 기술을 배우고 현주소의 건설기술을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