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고래, 서사와 판타지 갖춘 연극 '비명자들' 22일 대학로예술극장 무대 올려
인간의 욕망 속 가해자와 피해자는 다르지 않다.
욕망과 폭력과 고통을 관통하는 “비명자들 3부작”의 시작, 비명자들1
2020-03-06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극단 고래는 영화적 서사와 판타지를 갖춘 연극 “비명자들”3부작 가운데 첫번째 작품 ‘비명자들 1’을 3월 22일부터 31일 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비명자들 1’은 ‘2018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 작으로 뽑히면서 그 작품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비명자들 3부작’은 고통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통찰력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이 3부작 가운데 ‘비명자들 2’는 2017년과 2018년에 먼저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맞았다. 작가이자 연출인 이해성은 ‘비명자들 2’라는 작품을 통해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시키면서 고통에 대한 한 편의 서정시를 무대 위에 일궈냈다.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져 나가는 ‘비명자들’은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좀비인 동시에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생명체로서 이들에 대한 제거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치유해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줬다.개인이 느끼는 고통의 깊이는 그 누구와도 공유되기 어려운 만큼, ‘비명자’라는 장치를 통해 역으로 그 고통의 실체를 형상화한 시도이다. ‘비명자들’ 3부작은 그러한 만큼 고통에 대한 깊고도 철학적인 사유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철학적 사유만을 논할 수는 없다. 이번 ‘비명자들 1’은 극적 재미와 철학적 사유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작품으로서, 창작산실의 심사위원들과 관객평가단으로부터 이미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다.‘비명자들 2’가 ‘비명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비명자들 1’은 비명자의 탄생 배경, 유일하게 이들을 처단할 수 있는 요한이라는 인물의 전사와 고통 문제 연구소의 설립 배경을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 ‘비명자들 2’를 보며 관객들이 느꼈을 궁금증이 ‘비명자들 1’에서 제시되는 한편, 극적인 사건 전개와 영화적 서사기법을 통한 박진감 있는 이야기가 관객들을 기다린다.‘비명자들 2’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무대 미학이 이번 ‘비명자들 1’에서는 마음껏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캠프에서부터 서울의 다양한 장소들에 이르기까지, 이번 공연은 탄탄하게 짜인 극적 구조와 인물들을 토대로 스펙터클한 무대 미학을 풀어낸다. 이해성 연출과 호흡을 맞추는 박이표의 안무는 한껏 풍성해진 무대를 코러스의 에너지로 가득 채우고 박석주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음악을 들려줬던 연주팀의 라이브 음악도 한층 깊은 선율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