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장 컴퓨터 해킹 범인은 경찰 간부
[매일일보=권희진 기자] 이상원 대전경찰청장의 컴퓨터를 해킹한 범인이 현직 경찰 간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지방경찰청은 21일 이상원 청장을 측근에서 보필하는 대전청 간부 A(47)씨를 해킹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A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방실침입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대전경찰청사 7층에 위치한 이상원 청장실에 들어가 청장이 사용하는 외부망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 및 녹음 프로그램, 휴대용 마이크 등을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0일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해킹 프로그램을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에 다운로드한 뒤 14일 오후 이 청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청장실에 들어가 다운받은 해킹 프로그램을 이 청장 컴퓨터에 설치했다.
하지만 A씨는 이튿날인 15일 컴퓨터 속도가 느려지는 등 평소와 다른 점을 발견한 이 청장의 수리요구에 따라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가 새로운 컴퓨터로 교체되자 또다시 16일 오후에 새롭게 바뀐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재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 설치 뒤 시험 작동을 하던 A씨는 부속실 직원이 청장 컴퓨터의 이상 징후를 발견, 청장에 보고하면서 청장 지시로 17일부터 정확한 진단에 들어간 사이버수사대에 의해 해킹 프로그램 설치가 발각됐다.
이후 추적에 나선 사이버수사대는 원격 조정 컴퓨터가 A 경정 것으로 밝혀냈고 17일 오전에는 청장과 타인의 대화를 녹음한 것도 찾아냈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원격제어(Team Viewer) 프로그램은 설치자가 자신의 방에서 타인의 컴퓨터 모니터는 물론 음성까지 엿들을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으로 이메일 등 컴퓨터의 활용 자취를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청장을 잘 보필하기 위해 청장의 움직임을 알려고 그랬다. 후회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대학 3기 출신인 A씨는 2006년산 경정으로 경무과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총경 승진을 바라보는 엘리트 간부다.
동료나 후배들이 총경으로 자신을 추월하자 조바심에 A씨가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두번에 걸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첫번째는 이튿날 바로 컴퓨터가 교체되면서 범행이 미수에 그쳐 별다른 활용은 못했다"며 "이후 또다시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컴퓨터 이상징후를 발견한 부속실의 신고로 꼬리가 잡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