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통일은 싫어'...또다시 색깔론 공세
민주노동당 분당 즐기며 '주사파' '친북' 등 메카시즘적 광기 부리네~
2009-02-06 신대원 기자
‘종북주의’ 파문에 색깔론 강화...통일운동 위축 우려
“건전한 통일운동까지 종북주의로 모는 것은 매카시즘”
[매일일보제휴사=폴리뉴스] 진보정당을 표방해온 민주노동당이 창당 8년만에 이른바 ‘종북주의’ 논란을 거치면서 분당 절차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언론들이 색깔론 공세를 강화하면서 건전한 남북관계와 통일운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언론들은 그간 민노당과 시민운동진영이 추진했던 한미 FTA 반대나 국가보안법 철폐 등에 대해서도 ‘종북주의’ 굴레를 씌우고 있어 매카시즘 광기라는 지적이다. 민노당은 지난 3일 임시 당대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일심회 관련자 제명 안건을 상정했지만,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 대의원들이 일심회 제명을 삭제하는 내용의 수정동의안을 발의해 가결시킴으로써 비대위 안건을 무력화시켰다.이에 따라, ‘제2의 창당’ 수준의 혁신을 도모하겠다던 심상정 대표를 비롯해 비대위 전원이 사퇴한데 이어 노회찬 의원과 평당원들의 탈당이 줄을 이으면서 민노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그런데 일부 보수 언론들은 이번 민노당 사태에 대해 ‘주사파’, ‘친북’, ‘종북’ 등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해가며 색깔론 공세를 퍼붓고 있다.동아일보는 ‘주사파 동아리 민노당’이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전당대회장에서 자주파는 ‘쓰레기 같은 국가보안법에 굴복할 수 없다’고 외쳤고, ‘민노당은 더 친북해야 한다’는 피켓까지 등장했다”고 꼬집었다.사설은 이어 “당의 주축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자들이다. 지금도 당원 8만명 중 7만명이 NL 계열이라는 게 정설이다”며 “당의 구성이 이러니 북의 핵 실험에 대해 ‘자위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사설은 또 “심상정 비대위까지 해체된 마당이라 이제 민노당에는 사실상 옛 주사파들만 남게 될 것 같다”면서 “이런 주사파 집단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중앙일보도 사설을 통해 “민노당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흉하다고 거울을 깨버린 것이다”며 “그렇다고 그 모습이 어디 갈 리 없다. 당의 강령이 북한 조선로동당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고 비판했다.사설은 이어 “친북 청산 혁신안을 부결시킨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는 1980년대 주체사상을 떠받들던 NL(민족해방)파가 그 뿌리”라며 “이들이 당을 장악해 왔으니 민노당을 보고 친북당, 종북당이라는 것이 정확한 지적인 셈”이라고 말했다.사설은 또 “‘친북’하면서도 ‘친북당’이란 이름을 듣기 싫고, ‘종북’하면서도 ‘종북당’이 아니라고 우기는 민노당에게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심판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조선일보 역시 칼럼을 통해 “우리 사회에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자’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처럼 돼왔다”며 “그러나 ‘종북주의자’들은 분명히 있다고 하는 소리가 최근 공안당국도 ‘수구 꼴통’도 아닌 민노당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최근의 ‘종북주의’ 논란을 소개했다.신문은 이어 “지난 5년 동안에도 이들 ‘종북주의자’들은 ‘일심회 간첩’ 감싸기, 북한 인권 말살 옹호, 북한 핵 지지, 한미동맹 해체, 평택 미군기지 반대, 빨치산 추모제, FTA 반대, 북한 선군정치 찬양, 6.15 국경일 제정, 연방제 통일 등을 끈질기게 부추겨 왔다”며 각종 시민사회운동까지 ‘종북주의’의 일환으로 싸잡어 비판했다.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조승수 전 민노당 의원과의 인터뷰를 게재해 이른바 ‘종북주의’ 논란을 증폭시키기도 했다.그동안 9명의 의원을 보유해 원내 3당이었던 민노당은 스스로 “언론에 굶주려 있다”고 말할 만큼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왔다.그런데 민노당에 악재가 터지자마자 주요언론이라고 자처하는 이들 언론들은 일제히 사설, 칼럼, 기사를 통해 ‘종북주의’라는 당내 논란을 빌미로 매카시즘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이러한 상황이 전개되자 일각에서는 그동안 과도하게 ‘친북’노선을 추구해온 자주파도 문제지만 본의는 아니더라도 소모적 논쟁을 불러 일으켜 전체 통일운동과 진보운동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주게 된 평등파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이와 관련, 전 민노당 대변인이었으며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에서도 대변인을 맡게된 김형탁 대변인도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들로서도 현재 제일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곤혹스러워 했다.김 대변인은 이어 자신들이 추구하는 운동 방향에 대해 “종북주의적 행위로 민노당에 덮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필요한 진보적 가치를 되살리자는 것”이라며 “그 속에는 통일, 평화가 우선적으로 들어간다”고 강조했다.그러나 김 대변인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것은 진보라기 보다는 대단히 보수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우리 민족 제일이다’는 식도 대단히 위험하다”며 자주파의 통일운동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이태섭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 대해 “일부 종북주의 경향성이 있었다하더라도 일부분을 전체의 문제로 침소붕대한 성격이 강하다”며 “국가보안법 철폐나 한미 FTA 반대 그리고 북한과의 모든 교류협력을 종북주의로 치부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이어 “어쨌든 종북주의 논란은 보수진영에게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자주파든 평등파든 민노당과 진보운동진영 모든 사람들의 입지 약화는 피할 수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대북지원단체이자 통일운동단체인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겨레하나)의 김이경 사무총장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간 화해와 평화로 가자는 모든 노력을 종북주의로 치부한다면 다시 냉전시대로 되돌리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김 총장은 이어 “매카시즘과 색깔론 확산을 통해 반북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고 화해협력으로 가는 남북관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보수언론의 반통일적 태도를 비판했다. / 신대원 기자 (폴리뉴스/(구)e윈컴정치뉴스)